글 한편 쓰기를 마치고 나면 어딘지 모르는 기쁨이 몰려옵니다. 마치 오늘 밥 값을 다한양, 그저그런 하루를 보내지 않은양, 다 자기만족이지요. 사실은 밥 값은 고사하고 글을 쓴답시고 시간을 무척 낭비한 일이고, 글 한편을 남겼다고 해서 보람찬 하루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말도 안 되는 잡글임과 동시에 장르를 알 수 없는 잡문을 쓰고 있었을 따름입니다. 물론 책으로 펴낼 요량은 아예 없고 지나가다 잘못 들어와 보고 헛웃음을 켰다면 다행인 글들이지요. 그래도 글 쓰기에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냥 쓰는 것에 대한 기쁨이고 생각한 것을 풀어내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수학처럼 딱 해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에도 나름의 해가 있어서 그것을 풀어냈을 때 밀려오는 기쁨과 비슷하지요. 단 것을 먹었을 때, 아니 단순히 단것을 먹었을 때 보다 뭔가 떡볶이나 라면이라도 레시피에 맞게 잘 끓여서 내 입맛에 그럭저럭 맞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내서 먹는 기쁨입니다. 요리라고 부를 수 있던, 그렇지 않던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거든요.
반면 글 쓰기를 마치고 나면 어딘지 모르는 슬픔도 몰려옵니다. 거창한 것을 생각했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린 이야기라던지, 한참을 고치고 고쳐서 쓴 글이 겨우 이정도 밖에 안된다던지, 다 자기 불만이지요. 글을 쓴다고 미루어둔 다른 일들을 생각하면, 쓸데없이 글이나 쓰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돈이 되는 투자에 대하여 공부하거나, 몸을 움직여 운동이라도 하면 건강에라도 도움이 될 텐데 어줍지 않게 하루를 보낸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슬픔이 있습니다. 글을 열심히 써서 책을 내고 한푼이라도 벌 용기도 욕심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뻘글을 신나게 쓰고 있는 슬픔이기도 합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목적 없이 못된 비싼 취미를 향유하고 있는 슬픔입니다. 제 앞가림은 제대로 못하면서 책 몇권 글 몇편 읽고 써 봤다고 바둑이나 장기판 앞에 고수인 줄도 모르도 어줍지 않게 훈수를 두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오늘도 그렇게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합니다.
그래도 글 쓰기를 일로 여기지 않고, 누군가 글이 맛없다 하지 않을까 눈치 보지 않으며, 손님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는 글쓰기에는 기쁨이 좀 더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밤 잠 안자고 또 이렇게 글을 또 쓰고 있는 것이겠지요. 아니요 몹쓸병입니다. 벌써 몇시인지요? 슬픔이 다시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