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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18. 2023

브런치 관찰자 시점의 밀리의 서재 상장

feat 브런치는 밀리의 서재가 될 수 있을까?

밀리의 서재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고 있군요. 하여 브런치 관찰자 시점으로 밀리의 서재 상장에 대하여 한번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일반적인 공모주 상장에 투자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라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될 것이지요.  대신 브런치 작가의 점에서 유사 또는 경쟁 플랫폼의 본격적인 자본시장 진입에 대하여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고요.


밀리의 서재는 알다시피 온라인 독서 플랫폼입니다. 월 9,900원이면 전자책 구독이 가능하고, 15,900원이면 추가로 2달에 한번 종이책도 배송해 준다고 하네요. 가격면에서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 한 권의 가격이 1만 원 이하를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한 달에 1만 원 투자는 꼭 독서를 겨하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입니다. 최소한의 지적 감퇴를 막기 위한 영양제 같은 것이지요. 아 그 돈이면 차라리  넷플릭스 구독하겠다고요? 그럴 수도 있지요. 게다가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편리성이 장점이지요. 듣는바로는 좋은 문구를 찾고 남겨 놓기에도 장점이 큰 듯합니다. 책을 읽어도 생각나지 않는 좋은 문구가 얼마나 많던지요. 그 대신 "나 이렇게 책이 많다"라고 자랑하기에는 역부족이지요. 지식에는 지적 허영과 잘난체가 동반되기 마련인데 보여줄 수 없는 자랑할 수 없는 전자책이라니요.


그런데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것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는 남는 것이 없었거나, 회원수가 아직 충분치 않았거나,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는지 2021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이는 이병헌, 변요한, 지금은 조정석과 같은 광고모델에 나가는 비용이 꽤 컸기에 그랬나 봅니다. 이들에게 한때 책 판값의 반 이상을 지불했으니 그야말로 책 먹는 진격의 거인이었지요. 그래도 덕분인지 회원수도 꽤 진격을 좀 하긴 했었나 봅니다. 노래는 그렇다치고 책까지 연예인을 따라 읽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만은 그렇게라도 읽는 것이 안 읽는 것보다는 났겠지요.

그러다가 지니뮤직이 대주주로 올라서며 2022년 극적인 흑자전환을 이루게 됩니다. 지니뮤직은 KT의 자회사이며 이때부터 KT 같은 통신사를 통해 번들 형태로 파는 B2BC의 신규 매출이 발생하며 수익이 된 것이지요. 아쉽지만 대기업의 빠워 입니다. 할부지 아빠 찬스이지요. 일반 구독자 매출이 70% 정도, 기업 매출이 10% 정도인데 위 KT와 같은 통신사 통한 매출이 20% 정도 늘어남과 동시에 이익도 늘며 상장에 청신호가 켜집니다. 이제 비중이 30%까지 늘어나고 있지요. 대신 일반 구독자 비중은 60% 대로 줄었습니다. 


밀리의 서재 현재 누적 가입자는 550만 명 수준이라 하네요. 가입자 수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 같은 종이책 주의자들이 아직까지 가입하지 않음을 감안하면 말입니다. 종이책은 곧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고 있지요. 책이라는 자체가 물질이라기보다는 정신에 기초하는 면이 커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책에는 기계와 같은 금속미가 아닌 생명을 가진 인간미가 느껴지길 아직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자본주의와 AI에 길들여지지 않은 낭만주의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증거입니다. 곧 귀로 듣는 오디오 북 뿐만 아니라 AI가 읽어서 떠 먹여주는 전자책이 등장하겠지만요.


그러나 전자책 플랫폼의 성장성은 매우 밝은 편입니다. 종이책 보다 전자책의 편리함을 선호하는 추이는 새로운 세대로부터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할테니까요. 전자책 플랫폼은 연간 5천억 원 규모에 증가율도 연 20%를 넘어 급속 성장 중입니다. 밀리의 서재 구독자의 증가율도 연 50%를 넘고 재구독률 또한 70%를 상회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하네요. 보유도서도 늘어나서 없는 책이 없고, 신간도서도  빠르게 출시되며 서점과 같이 보편적인 도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듯하지요. 브런치도 작가수 증가율이 이와 비슷할까요? 그래서 계급을 매겼을까요?


주목할만한 점은 '불편한 편의점'이나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처럼 밀리의 서재를 통해 선 공개 되는 도서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텐츠를 밀리의 서재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읽기'에 특화된 밀리의 서재가 '쓰기'에도 투자할 날이 곧 올 것이지요. 반면 브런치는 '읽기' 보다는 '쓰기'에 특화된 플랫폼이지요. 그래서 '읽기'의 완독률에서 매우 취약점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밀리의 서재는 '읽기'에 특화되어 있기에 완독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완독지수'라는 것을 제공하며 강점을 특화하고 있지요.

그에 비하면 브런치가 최근에 보인 '쓰기'에서 '읽기' 텐츠의 강화 행보는 어쩐지 어설퍼 보입니다. 밀리의 서재의 성공에 배 아파서 그랬는지 갑자기 돈독이 오른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리하여 명확하지 못한 전략으로 크리에이티브라는 낡은 수식어를 붙여 유튜브도 아닌 네이버 블로그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으로 지금까지 애써 쌓은 브랜드를 깎아먹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전략의 실패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요?


가장 좋은 전략은 밀리의 서재와 같은 '읽기' 플랫폼과 브런치와 같은 '쓰기' 플랫폼이 콜라보, 더 나아가서 합병하는 그림일 듯싶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두 기능을 모두 보유할 수 있을테니까요. 실상은 그러하지는 않겠지요. 밀리의 서재는 브런치와 같이 '쓰기' 플랫폼의 직접 강화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할 것입니다. 반대로 브런치는 밀리의 서재처럼 직접 '읽기' 유통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겠지요.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는 듯합니다. 밀리의 서재도 브런치도 이 거대한 도서 플랫폼의 변화의 시작점에 있는 셈이지요. 그러므로 지금은 한 푼의 후원금이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에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까요. 콘텐츠가 쌓이면 그것이 응용될 수 있는 마켓이 점점 커지고 열릴 것이지요. 브런치 구독자 수도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리 의미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차라리 글이라는 순수 콘텐츠를 써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그것도 더 오래 더 많이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은 이번 상장을 통해 플랫폼을 선점한 밀리의 서재 같은 경우가 '쓰기' 영역까지 넘볼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면 브런치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현재의 전략에서 수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만.


그래서 밀리의 서재 공모주에 청약할거냐구요?그래도 조금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절대 돈독이 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순수한 작가의 관점에서 그렇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상장 첫날 바로 팔 거예요. 아직은 도서 플랫폼이 그리 돈이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진격의 거인들에게 광고비 주면 익이 바로 반토막이거든요. 그래도 독자와 작가의  장에서 밀리의 서재가 되서 무럭무럭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요. 브런치도 마찬가지고요. 객관적으로 돈이 되냐를 보는 자본주의가 아닌 몹쓸 낭만주의자의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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