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먹으며핵전쟁으로지구가 황폐해져 버린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살아남은 인류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옛 마트나 편의점이었던 곳을 어둠 속에 소리를 죽여가며 조심히 살피지요. 전쟁 속에 생필품은 동이 나고 그런 곳에 무엇하나 먹을만한 것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지만 운이 좋게 바닥에 뒹구는 콜라한 캔이나 라면한 봉지를 발견하기라도 하는 날은 횡재입니다. 물론 유통기한은이미 한참이 지나서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포기한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라면? 이 로또를 당장 따서 마시고 끓여 먹어야지요!
시지프스
무인도에 표류하여 삶의 의지가 꺼져갈 즈음 다시 생명에 불을 붙인 것은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떠내려온 라면 한 봉지였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유통기한 같은 것이 지나지 않았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라면 스프라는 그 자본주의의 맛에 주인공은 다시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를 회복합니다.
무인도의 디바
전자는 오래전에 보았던 '시지프스'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고 후자는 요즈음 보고 있은 '무인도의 디바'라는 드라마 이야기네요.
이렇게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은 미래의 핵전쟁 또는 무인도의 상황극에 몰두했을 때 유통기한이지나지 않은 신선한 라면보다 훨씬 더 극적인맛을연출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시 살아갈 삶의 의지를 훨씬 더회복하게 하지요. 왜냐하면 이렇게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의 힘은 그 유통기한이 지난 만큼의 시간에 비례해서 생의 근본적인 에너지를라면 속에 응축하고 있어서 어쩌다 얻게 된 이 생명과 에너지의 기회를 마다할 수없게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유통기한이 넘어 버린 라면을 유통기한이 한참 남은 라면보다 훨씬 더 맛있게상황극 속에서먹었습니다.그러므로 지금이곳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벙커거나 무인도가되었겠네요. 물론 사다 놓고 예전처럼잘 먹지 않아 아직도 남은 라면을 핵전쟁 이후 미래에 어떻게 전달할까?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무인도로 띄워 보낼까?여러 궁리와 반성을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