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오래도록 사전을 만드신 안상순 선생님은 『우리말 어감 사전』에서 '공부'와 '학습'을 이렇게 구별합니다.
'공부'란 어떤 지식이나 학문을 배우거나 알아가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뿐 아니라 독서와 사색을 통해 스스로 사물에 대해 연구하고 이치를 터득하는 것까지 넓게 포함한다. 출발은 앎에 대한 욕구다. 모르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생각의 지평이 넓어졌을 때, 뿌듯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 기쁨이 공부를 추동하는 진정한 힘이다.... '학습'은 일정한 교육 과정에 따라 어떤 지식이나 이론, 기능 등을 배우는 것을 가리킨다. 지식을 배우는 것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학습과 공부가 다르지 않으나, 실제 쓰임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우리말 어감 사전』-앎에 대한 끝없는 갈증, 공부와 학습>
같은 글에서 '공부'는 배우는 자의 의지나 능력에, '학습'은 가르치는 자의 의도나 계획 등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고도 구별합니다. 사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동안 효율적으로 '학습' 하게 하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늘 아이들이 '공부'하길 바랐습니다. '즐거움', '기쁨', '만족', '뿌듯함', '자신의 의지' 같은 단어들이 그들의 시절에 놓이길 바랐습니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정성을 보일수록 백지였던 아이들은 다채로워졌죠. 그들의 성장은 오늘의 내가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증거입니다.
아이들의 고유한 모습이 발견되고 지켜지길 바랍니다.
저는 수업이 끝나면, 수업을 멈추면, 그만둔 학생들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있던 내가, 새로운 날들을 향하는 그들 앞으로 나서는 건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멋있게 건넸던 말들은 이제는 다 아는 얘기가 되었을 텐데, 아이들 앞에서 무심결에라도 옛날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요.
글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한 번씩 찾아와 주길, 그리움을 달래주길 기다려봅니다. 지난날의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이들 덕분에 괜찮은 오늘을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