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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u Feb 17. 2023

꿈의 해석 2

운명에 대하여

2.

운명을 믿었던 적이 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던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항상 내 곁을 스칠 때, 혹은 그렇게 만난 사람의 성향이 나와 너무 잘 맞을 때, 나는 그 모든 사랑의 과정을 운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운명 같은 이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만의 특별했던 사랑이 몇 번이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무너지면서, 나는 서서히 운명 같은 것을 믿지 않게 됐다.


이제는 사랑이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서 마음이 조금 흔들릴 때, 그 마음을 더 증폭시키는 것은 운명이 아니라 ‘내가 왜 이러지’하는 혼란이며,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거치고 나면 사람은 누구와도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말은, 애초에 운명 같은 게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사람이 나타나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품지도 않는다. 내가 운명 속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착각 속에도, 나는 항상 그 운명의 끝이 어떠할까를 상상한다.


나는 이제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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