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u Feb 06. 2023

영화 「이터널 선샤인」

알면서도 다시

가끔은 정말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 같은 감정이 그만큼 깊은 증오나 원망이 되어 내 발목을 붙잡을 때. 그 기억에 겁이 나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할 때. 그런 미운 모습의 나를 지우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를 지울 수 없었다. 미운 내 모습과 지우고 싶은 그 기억들을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걸 끌어안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그 사랑이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추억을 쌓고, 헤어지고. 다시 그것을 반복하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이전 08화 회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