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의 갈등은, 대개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람을 거칠수록, 사랑은 당위가 아닌 사실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를 가진다고 진짜로 사랑이 시작되지도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려고 수없이 다짐한다고 있던 사랑이 지워지지도 않는다.
사랑은 여름날의 장마처럼 느닷없이 찾아와 사랑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써만 우리 앞에 놓인다. 그런데 그것이 당위 혹은 주변 상황과 괴리될 때, 사랑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