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u Feb 09. 2023

會者定離, 去者必返(회자정리 거자필반)

멀리서 찾아온 너

어린 시절에는 강아지를 많이 키웠다. 여덟 살 때부터 열아홉까지, 내 곁을 스쳐 간 강아지가 네다섯은 된다.


나보다 늦게 와서 먼저 떠나는, 언제나 아이 같은 그들을 보며 어린 시절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첫 번째로 키운 강아지는 시장에서 오천 원 주고 산 믹스견이었는데, 여덟 살의 나이에 나는 내 친구들에게 강아지의 ‘종’을 말하지 못해 복잡한 마음이었다. 나에게는 더없이 예뻐도, 어느 종에 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천한 취급을 받아야 했던 그 아이에게 나는 세상에 맞서 사랑을 지켜내는 법을 배웠다. 어디에 속하지 못해 외톨이가 되어도, 내가 사랑하면 나는 그 사랑을 당당하게 말하고, 지켜줘야 했다.


사랑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고, 이별은 언젠가 꼭 찾아온다는 것도 강아지들을 통해 배웠다.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려면 제때 밥을 주고 산책을 시켜줘야 했고, 발정기가 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도 사람의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봐서는 안 됐다. 이면의 모든 모습마저 사랑할 수 있어야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었고, 언제나 자격이 없는 쪽은 내 쪽이었다.


여러 이유로 그들이 내 곁을 떠날 때, 특히 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강아지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젖은 눈으로만 나를 바라보는데, 그래도 학교를 빠질 수 없어 학교를 다녀오니 빈자리만이 나를 맞이할 때. 나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꼭 찾아오고, 우리는 그 이별 앞에 너무나도 무력함을 그때부터 알았다.


간밤의 꿈에는 처음 보는 강아지가 나를 보고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 강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는 왜 모르는 강아지가 나를 반기나 의아해하다가, 지난 인연의 환생일 수도 있겠다 싶어 그 강아지를 꼭 안아주었다.


왜 그 강아지가 나를 반겼고, 그게 정말 지난 인연의 환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말 없는 포옹은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게 아닐까 괴로웠던 요즘, 그리고 그것을 무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 괴롭혔던 요즘. 어쩌면 위로받은 건 강아지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그런 나를 안아주기 위해 멀리서 너가 찾아온 걸까.

이전 05화 사랑의 당위와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