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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u Feb 28. 2023

미안하다는 말 대신

영화 「녹색의자」

서른두 살의 이혼녀 문희는 열아홉의 미성년자 현과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원조교제라는 죄목을 달고 구속을 당하게 된다. 그들이 주고받았다던 금품의 증거물로는 달랑 음악 앨범 한 장이 제출되었다.


구치소에서 문희가 나올 때, 둘의 사랑을 조롱하려는 카메라가 늘어서 있어도 현은 문희를 꽉 안아주었다. 문희가 차를 세우고 제 갈 길을 가자고 해도 문희는 현과 같이 밥을 먹었고, 밥을 먹으며 현실을 말하다가도 현에게 입을 맞췄다. 그들은 여관방에서 며칠간 세상을 등지고 둘만의 세상에 살았다.


다시 세상으로 나와, 문희는 현에게 꿈에서 깨자고 말했다. 자신을 잡는 현을 몇 번이나 뿌리쳐 놓고, 막상 집에 와서는 왜 자기를 강제로라도 차에 태우고 같이 가지 않았느냐고 울며 전화를 했다. 그런 문희 옆에는 항상 현이 함께 있었다.


문희는 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고, 현은 그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듣고 싶었다. 영화는 제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사랑에 푹 빠진 두 연인의 모습을 2000년대 초반 특유의 에메랄드빛 공중전화와 같은 색감으로 너무 잘 연출해 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적이 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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