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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u Mar 31. 2023

진지함을 경멸하는 시대

영화 「프란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은 인류사에 있어 가장 짧은 시기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격동적인 시절로 기록된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러한 비극으로만 그 시대가 점철된 것은 아니고, 몇천 년간 인류가 이뤄왔던 만큼의,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발전을 단 수십 년 만에 이뤄 가장 빠르게 인류가 진보한 시대이기도 하다.


자연과학에서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부터, 양자역학의 시작을 알린 막스 플랑크, 원자 모형을 밝혀낸 닐스 보어,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하이젠베르크, 원자의 파동성을 식으로 나타낸 슈뢰딩거 등이 있었고, 인문 사회학에서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 서구 기독교 사회의 전복을 꾀한 니체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배우는 학문의 큰 줄기는 대부분 이때 만들어졌다고 봐도 될 정도로 천재가 넘쳐나던 시대였다.


「프란츠」는 그 시대의 학문이나 학자에 대해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당시의 시대상이 어땠는지는 잘 보여준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전쟁을 겪더라도, 전쟁으로 인해 아들과 남편과 친구를 잃고, 얼굴과 온몸에 상처가 남아있더라도 눈에 우수가 차 있어 진지함에 대해 두려워하는 바가 없다. 그 시대는 잘 차려입은 양복과 중절모, 마네의 그림, 릴케의 시, 바이올린과 피아노, 꾹꾹 눌러쓴 편지와 그에 담긴 마른 꽃잎, 무도회 같은 것들로 상징된다. 나는 그러한 배경이 그 시대의 천재들을 길러내는 데 일조했으리라 본다.


지금 우리의 시대를 되돌아본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고 알게 되었음에도 무언가에 진지해지기를 두려워하고, 웃기고 자기편을 들어주는 얘기만을 추앙하며, 가벼운 생각만으로 살기를 추구한다. 전염병이 세계 대전만큼 사람을 많이 죽인 것도 아닌데 우리는 언제 이렇게 나약하고 편협해졌나. 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을 되뇌어 본다. 비트코인과 투기, 유튜브의 가짜 지식, 편들어 불필요한 싸움을 조장하고 조롱을 일삼는 각종 커뮤니티, ‘진지충’에 대한 경멸, 성별 갈등, 인터넷에서의 댓글 싸움과 비난,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대중의 마녀사냥 같은 것들을. 이것들이 우리의 시대를 상징한다면, 이러한 시대가 누구를 길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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