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유행이라는 롱패딩을 사러 갔다. 유행을 타는 성격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롱패딩은 따뜻하니까 한 번 사면 오래 입으리란 생각으로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얼굴이 일그러진 딸이 매장으로 걸어와, 차마 가격은 묻지 못하고 “이런 옷은…많이 비싸죠?”하고 묻는다. 매장 직원은 그 집의 형편을 알았는지 가격도 말하지 않고 “으음, 그럼 비싸지~”하고 대꾸한다.
딸은 말없이 매장 어딘가에 있을 아빠에게 달려갔고, 직원은 패딩을 입고 거울을 보고 있는 내 뒤에서 말한다. “십사만 구천 원 하는 아주 저렴한 패딩인데요, 오리털 백 프로에…….”
계산을 하고 학교에 가는 버스에 오른 내 옆에, 사람만큼의 자리를 차지한 쇼핑백, 그 안에 있는 패딩이 죄스러워 한참을 바라보며, 매장에 아버지를 데려오지 않은 딸의 효심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