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마무리 후속글
오랜만에 짝꿍과 만났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것이 이제 거의 루틴처럼 되었지만 일주일이 길어서 그런지 꽤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이었다.
짝꿍네 동네로 가려고 아침에 부단히 준비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나갔다. 왜인지 눈앞에서 버스가 지나갔다. 버스가 눈앞에서 지나간 것은 처음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나와 버스를 타려고 했기에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팠다. 진짜 온 마음을 다해 달렸는데 버스가 가버리다니…………… 평소 같았으면 그냥 다음 거 타지 뭐,라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오늘따라 화가 났다.
화가 난 이유
1. 눈앞에서 버스가 지나가서
2. 내가 매번 짝꿍네 동네로 가는 거 같아서
3. 내가 늦게 나왔다는 현실에 믿을 수가 없어서
4. 뛰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5. 지피에스가 나의 위치를 이상한 곳으로 잘못 잡아서
6. 버스 한번 놓치면 25분 기다려야 해서
7. 내가 아픈데 짝꿍네 동네까지 가야 해서
8. 우산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비가 와서
이러한 이유로 화가 났는데 여차저차 짝꿍네 동네로 갔다. 화가 났기 때문에 별로 반갑지 않았지만 반갑기는 했다. 오랜만에 봐서.
보자마자 툴툴거렸다. 한 번도 이렇게 툴툴거린 적이 없어서 짝꿍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 기분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인사하고 무작정 직진을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짝꿍은 왜 저러나 싶어 내 뒤만 졸졸 쫓아왔다. 아마 나는 그때 짝꿍이 내 기분을 풀어주길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풀어줬으면 더 화냈을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겠다. 화가 난 이유가 있었지만 이야기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은 ‘PMS’ ‘생리 전 증후군’
곧 대자연의 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이유 없이 화가 나고 기분이 안 좋았다. 또 대자연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생각을 하다가 화가 났다. 왜 대자연을 맞이해야 하며… 왜 하필 곧이며… 차라리 시작을 하지 왜 화가 나며.. 왜의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계속 기분을 안 좋게 했다. 짝꿍은 나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아서인지 어떻게 할 줄을 몰라했다. 나도 이런 모습을 짝꿍에게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 내가 나를 어떻게 컨트롤할지 몰라서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짝꿍은 일단 내가 좋아하는 떡꼬치 집으로 데리고 가서 떡꼬치를 먹이고 (기분이 3은 나아짐) 다시 우리 아지트로 가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지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는 시비를 좀 걸었고 짝꿍은 어쩔 줄 몰라했다. 착한 건지, 착한 척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악하지 않고 나를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기분을 풀어야 하는데 풀리진 않아서 기분을 풀기 위해 나 스스로도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눈 대화는
A랑 B라는 이성이 있는데 둘의 3가지 조건이 네가 호감 갖기에 딱 좋은 조건들이야. 그럼 그 3가지는 무엇일까? 무엇이 너의 호감을 불러일으켰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서로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부분이 호감을 갖기에 딱인 조건들이었는지 말하기로 했다.
나의 대답은
1. 건강한 사람
2. 내 눈에 잘생긴 사람
3.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이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진짜로 짝꿍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정말 호감이 가는 조건들을 이야기했다.
짝꿍은
1.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
2. 내가 멋대로 살게 존중해 주는 사람
3. 눈이 예쁜 사람
라고 대답을 했다. 짝꿍은 그냥 나를 생각하고 대답을 했다. 내가 멋대로 사나…? 좀 그렇긴 하다.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봐야 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으면 꼭 해봐야 하니까.
그리고 추가적인 질문으로
이러한 3가지 조건이 A랑 B 둘 다 같은데 그 둘 중에 한 명 만을 골라야 해. 그 사람을 고르게 된 결정적인 둘의 차이는 뭐야?
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 나를 더 좋아해 주는 사람”
이라고 대답했고
짝꿍은
“더 잘 먹는 사람”
이라고 대답했다.
재미있는 대화였고 나의 화가 많이 가라앉는 대화였다. 화가 가라앉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대화를 하며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다. 짝꿍한테 너무 고맙다!
대화 당시에는 알지 못했는데 집에 와서 글을 적으며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마지막 결정적인 차이에서 한 명을 고를 때 ‘나를 더 좋아해 주는 사람’을 골랐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바야흐로 2021년 12월 어느 날, 3년간 나와 친구였던 이성친구가 내가 졸업을 앞두고 나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달했다. 사실 11월부터 뭔가 너무 잘해준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엄청 뭐라 해서 그냥 투닥거리며 지내고 있었다.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친구를 잃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3년간 진심으로 나를 좋아했고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좋아해서 계속 내 주위를 맴돌았다고 한다. 나는 그 3년간 여러 남자친구를 짧게 짧게 계속 사귀었었는데 ㅎ 전혀 몰랐다……나만 눈치가 없는 것인가. 하여간 그 친구가 얼마나 나를 아끼고 좋아하는지 알았고 그 친구만큼 앞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남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많이 나를 위해주고 좋아해 주는 친구였다. 그 마음을 하나씩 다 꺼내서 말하는데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날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친구 역시 건강하고 내 눈에 잘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와 웃음코드, 대화코드가 잘 맞는 친구였다. 여우 같은 나는 남사친의 고백을 바로 거절하지 않고 보류해 두는 말을 했다. 지금의 짝꿍이 뭔가 또 고백할 거 같은 느낌이라 남사친의 고백은 보류해 두었다. 짝꿍이 나에게 더 이상 관계의 진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면 그냥 남사친을 만나버릴 생각이었다. 근데 딱 그 고백 다음 날 지금의 짝꿍이 나에게 고백을 했다. 그 당시 짝꿍은 건강하지도 않고, 대화가 잘 통한다? 는 것도 확실하지 않고 내 눈에 잘생기기만 했다. 또한 짝꿍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기가 어려웠다 그 마음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로는 그다지 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호감이 가서 고백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어떤가?
나는 내가 더 좋아하는 지금의 짝꿍을 골랐다.
이건 내 베프 희망이(가명)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21년 7월 초부터 약 3개월간 진짜 짝꿍을 많이 좋아했다. 근데 21년 9월 짝꿍이가 다른 여성분께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 마음을 접었다. 짝꿍이도 나보단 그 여성분과 새벽까지 연락하고 지내고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안다는 것을 짝꿍은 모른다. 그 당시에 짝꿍이 연락하던 여성분과 나는 꽤 친한 친구여서 서로 그런 이야기를 공유했다. 물론 내가 짝꿍 이를 좋아하는 건 희망이에게만 공유했지만 짝꿍의 여성분께서는 나에게 그런 말을 다 해주셨다. 어떤 연락이 오고 있고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 이 사건의 진실은 아직 짝꿍 본인만 안다. 짝꿍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나에게 맘대로 생각하라고 했고, 진짜 나는 마음대로 생각했다. 변명이나 해명이 듣고 싶었는데 영원히 안 할 생각이신가 보다. 그냥 나는 내가 들었던 대로 생각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냥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이 궁금하긴 했지만 약 3개월의 시간 동안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그분과의 관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열렬히 좋아했기에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기간 동안 따로 만나고 싶어서 여러 신호를 던지기도 했는데 한 번도 신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충분히 노력했기에 후회 없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를 좋아해 주는 다른 사람은 많으니까.
그런데 10월부터 지금의 짝꿍에게 무엇인가 신호들이 오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싶었는데 그냥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친구로 받아준다고 생각해서 나는 딱 친구로만 지낼 생각이었다. 근데 공부도 같이하고 자격증 시험도 같이 보러 가고 하는데 조금씩 ‘어? 얘랑 대화 잘되네?’ ‘어? 내가 싫어하는 류준열을 많이 닮았네.’ ‘어? 생각보다 건강한데?’라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백……. 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 여성분이랑 잘 안 돼서 나한테 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절대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는데 그냥 나는 내 마음을 따랐다. 그 당시 내 마음은 지금의 짝꿍을 고르려고 했었고 지금의 짝꿍이 고백을 안 했으면 남사친이랑 좀 만나다가 헤어지거나 일찍 결혼했을 것 같다. 지금의 짝꿍은 이미 좋아했던 시간들이 있어서 더 끌리지 않았나 싶다.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골랐다는 것이다. 나를 더 좋아해 주는 사람을 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는 내가 좀 상처받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나야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좋아하고 그 사람도 좋아하면 최고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계에 있어서 누구든지 더 좋아하는 사람과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일관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일관되게 행동하려고 노력은 한다.
결혼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은 나를 자기 자신만큼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덜 좋아해도(?) 상대방이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서 결혼한다면 사랑받으며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것이 최고!
사실 지금도 짝꿍은 한 번도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말을 해줘야 아는 사람인데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다. 나는 딱 한번 말해보았는데 짝꿍은 사랑한다고 안 말해서 나도 그냥 안 말한다. 아직 사랑까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안 헤어지고 계속 만나는 것을 보면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나까지 사랑할 여유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도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사랑한다고 말하면 같이 사랑한다고 말해줄 법도 한데 ‘사랑해’라는 말의 무게가 있어서인지 가볍게 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추측, 생각일 뿐이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나중에 그 말을 듣는다면 그 말을 듣고 어땠는지 어떤 생각이었는지 적어보겠다.
다음 글부터는 “결혼준비 과정”을 담아보았다.
상당히 우당탕탕거리고 좌충우돌에 계획이라고는 없는 것 같지만 어떻게 그래도 흐르긴 흐른다는 그런 과정을 담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