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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Feb 02. 2024

사진을 찍지 않는 마음

해맑은 표정과 자신 있는 모습으로 사진을  사람이 마냥 부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다. 사진을 찍는 순간이 올 때마다 란 거북이처럼  얼굴을 몸속에  집어넣고 다. 밝았던 표정은 이내 어두워지고, 입꼬리는 점점 굳어갔다. 오래전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부분이 다물고 있는 모습다. 나는 웃는 게  어색한 사람이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나를  친구는 움직이지 않게 두 팔을 부여잡았다.  그녀들은 내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볼 때 그 모습이  그렇게 재미있단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진지했고, 매 순간 심각했다. 사실  자연스러운 표정을  친구들 사이로, 어색한 표정에 우두커니 서있는  아이가 자신이라는 사실  음에 걸렸다. 인화한 사진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이후 나는 내가 조금 다른 사람이란 걸 느꼈다. 들어는 봤을까. 그 유명한  '엑스맨'이라고. 나는 그들과 다른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아무튼,  내가 봐도 나는 평범한 그녀들과 달랐다.


10년 간 남편과 연애 후 결혼을 결심했다. 시부모님과 함께 예식장을 예약 후, 웨딩촬영 날짜를 잡았다. 남자친구에게(그 당시) 웨딩촬영은 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남는 건 사진뿐이란다. 하는 수 없이 웨딩촬영 날짜를 잡았다.


웨딩 촬영 당일, 사진작가는 여러 가지 컨셉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분위기로 찍길 원하냐고 물었다. 밝고 코믹해 보이는 분위기나, 인물중심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물보다는 배경 중심으로 찍는 게  좋겠다고 했다. 상담이 끝난 후,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단장한 후 가장 화려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가 걸리적거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불편했다. 항상 친구들과 모여 단체 사진만 찍어봤지, 주인공이 되어 사진을 찍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무표정의 내 모습은 사진 전문가가 보기에도 '어려운 고객'이었다. 그는 수 십 컷을 찍어도 본인이 원하는 분위기의 사진이 나오질 않자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쉽고 즐겁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니 화날 만도 하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났다. 배도 고팠고,  그 역시 몹시 지쳐 보였다.

"내 평생 이렇게 사진 찍기 힘든 신부는 처음 봐요. 어휴, 그만 쉬었다가 합시다."

미안했다. 다른 웨딩촬영에 비해 하루 반나절 이상을 고생한 그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사진작가는 무표정한 사진이라도 찍자며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저녁에 다다를 즈음 촬영은 끝났고, 이후 앨범에 넣을 사진을 고르라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고르기가 어려웠다. 다른 장소, 드레스만 다를 뿐, 어디 하나 다른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표정 없는 사진을 여러 개를 선택했.  결혼식 당일 우리가 선택한 무표정한 사진들은 고운 액자 안에 담긴 후  하객들에게 공개다. 사진 배경이 참 예쁘다며 칭찬는 친구들.  이후 네 표정이 그게 뭐냐며 까르르 웃는 친구들. 진짜 사진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친구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사진 찍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꽃 나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견할 때마다 휴대폰을 열고 진을 찍는다. 여행을 가서도 당시 머물렀던 숙소 안에 있던 침구, 그곳의 분위기를 찍기도 했다. 이따금  나간 사진첩을 보면  이곳에서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사진을 찍기 싫어했던 가장 이유는 진심으로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던 마음에서 시작된 것 같다. 사진 속 모습은  현재의 나보다 훨씬 근사한 모습일 거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사진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늘 우울하거나, 못생긴 찌질이 같았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이유였다. 그렇다고  젊은 시절 표를 향해 멋지게 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불현듯 어느 날, 진 속 내 모습이 궁금했다. 아뿔싸! 나는 아직도  '아가씨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인 줄 알고 다. 가끔 아이들은 내게 가 난다며    '이 아줌마야! '라고  했다. 정말 그 말이 맞다. 아이들의 모습에도 이 엄마는 아줌마였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살이 빼곡한 그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다면 어떨까. 분명'아줌마라며 한탄했던 그 시절이 최고 젊은 날이었지'라며 후회할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좋다, 그렇지 않다를 머리 아프게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재 찍은 사진은 1초 후, 한 시간 후의 내가 보더라도 추억이고 그리움이 될 것이다. 그리움의 벗은 한 장의 사진뿐.


사람들이 그토록 사진 찍기에 열광하는 일도 생각해 보면, 지나간 추억을 위로하기 위한  몸부림일런지도 모른다. 더 젊은 시절, 더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토록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무표정한 모습도 모든 게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그날의 친구들이 내 팔을 부여잡고 억지로라도 사진을 찍으려 했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이제는 나 스스로 사진을 찍을 시기이다. 조금  후회할 언젠가의 자신을 위해.



새해에는 흘러가는 시간을 잠깐 멈추어 세워 나의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의미 없이 지나친 순간도 그러모으면 하루를 사는 비타민이 될 거라 믿어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작가 여섯이 꾸려가는 공동매거진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구독하고 당신의 일상에도 영양을 듬뿍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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