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엄마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로 향하고 있어요. 장난감 가게 안에는 화려한 불빛이 반짝였고, 길게 뻗은 레일 위에 기차가 칙칙폭폭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아이는 엄마에게 기차를 갖고 싶다며 떼를 썼지요.
“으앙! 난 이 장난감 갖고 싶단 말이야. 자동차, 로봇은 싫어. 집에 기차가 없으니 기차를 살 테야.”
“아휴! 이러다가 온 집안이 장난감나라가 되겠다. 너를 못 말린다 정말!”
가게 밖에서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 아이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야윈 얼굴의 소녀가 있었어요.
‘아이, 부러워라. 나는 커다란 기차는 아니어도 작은 곰인형 하나만 가져도 소원이 없겠다.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있으면 할머니 품처럼 따뜻할 거야.’
소녀의 한 손에는 작은 성냥갑이 쥐어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 이미 손은 새빨갛게 얼었어요. 소녀는 입김으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얼어붙은 손을 녹이려 했어요. 하지만 소녀의 입김으로는 꽁꽁 언 손을 녹일 수가 없었어요. 소녀는 작은 성냥갑을 가지고 다니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성냥 사세요. 성냥 하세요. 성냥 한 개면 따뜻한 난로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있어요. 제발 성냥 한 개만 사주세요.”
장난감 가게에서 나온 아이는 갖고 싶던 커다란 기차 장난감을 품 안에 안고 성냥팔이 소녀를 바라봤어요.
아이는 소녀를 보며 우쭐대는 표정을 지었어요.
소녀는 할머니 곁에서 자랐어요. 소녀가 여섯 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먼 하늘나라로 떠났거든요. 아빠는 새엄마와 결혼했고, 아빠에게는 소녀보다 어린 사내아이가 있었어요. 아빠는 사내아이에게는 자상한 사람이었어요. 사내아이가 갖고 싶다고 하는 것은 모두 사줬거든요.
“우리 대장! 뭐든 말만 하렴! 아빠가 돈 버는 이유가 뭐겠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다.”
반면 아빠는 소녀에게는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어요.
“오늘 하루 성냥 10갑을 팔지 못하면 집에 들어오지도 말거라! 따뜻한 집에서 지내려면 밥 값은 해야지!”
하는 수없이 소녀는 얇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어요. 소녀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온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예요. 마침 요정이 하늘을 날 듯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선물이 가득 들어있는 마차를 몰고 있는 사슴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신나게 리듬을 타며 춤을 췄어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마음이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며 인형과 사탕을 선물했어요. 이윽고 할아버지는 소녀 얼굴을 보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어요.
“네가 성냥팔이 소녀구나? 어쩌다 이렇게 좋은 날에 성냥을 팔고 있니? 가여워라. 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주는 성냥을 세 개 주마. 성냥에 불을 붙이기 전 소원을 말하면 세 개 중 가장 간절한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을 줄 거란다.”
할아버지는 성냥 3개를 주고난 후 어느 순간 뿅 하고 사라졌어요. 여기저기 둘러봐도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어요.
‘이상하다. 내게도 성냥은 이렇게 많은데 왜 내게 또 다른 성냥을 선물해 주셨을까? 소원을 이뤄주는 성냥개비? 말도 안 돼. 그건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야.’
‘배고프고 춥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괜찮아.
다들 행복한 모습이잖아. 할머니가 그랬어. 내가 아프더라도 다른 사람들 행복한 표정만 보더라도 아픈 마음이 저절로 아문다고… ‘
소녀는 할아버지가 준 첫 번째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어요.
‘촤아아’ 성냥에 불이 붙자 펄펄 끓는 된장국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이 식탁 위에 있었어요.
‘아이 먹고 싶어라. 할머니가 차려주셨던 밥상이잖아. 된장국 한 숟가락만 먹어봤으면… ‘숟가락에 손이 닿으려 하자 성냥에 붙어있던 불이 꺼져버렸어요.
소녀는 슬픈 마음을 달래며 다시 성냥 한 개에 불을 켰어요. ‘촤아아’ 불이 붙자 장난감 가게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순간 기차를 사 달라고 조르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어요. 소녀가 가장 사고 싶어 했던 하얀 곰인형을 잡으려 하자 쥐고 있던 성냥불이 꺼졌어요.
‘휴! 이번에도 마찬가지네. 할아버지가 주신 성냥개비는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건가 봐. 배고프고 추워.’
소녀는 야윈 몸을 한채 추위를 견뎌내기가 힘들었어요. 이제 성냥개비는 마지막 한 개뿐이에요.
소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가장 간절한 소원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성냥개비에 불을 붙였어요.
‘촤아아’ 다른 성냥개비보다 더욱 환한 불빛이었어요.
이곳은 모닥불 난로가 있는 따뜻한 거실이에요. 엄마는 갓 구운 빵과 쿠키를 접시에 담아왔어요.
“사랑하는 보리야 많이 먹으렴.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단다.
앞으로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해? 우리 딸…”
소녀는 달콤한 쿠키를 한입 베어 먹고 따뜻한 빵도 먹을 수 있었어요. 추웠던 몸이 사르르 녹았고, 사랑하는 엄마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소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나는 일이었어요.
“아휴 가여워라. 저 어린 소녀가 추워서 성냥을 피우다 누워 누워있네. 혹시 죽은 거 아니야?”
“아니야. 살아있어. 숨은 쉬고 있는걸?”
엄마를 닮은 하얀 얼굴의 여인은 소녀를 일으켜 세웠어요.
“다들 보고만 있을 거예요? 얼른 우리 집으로 데려다주세요. 이 가여운 아이는 앞으로 제가 보호할 거예요.”
소녀는 눈을 떠보니 꿈에서 본 듯한 난로가 있는 거실이었고, 엄마를 닮은 여인은 소녀에게 따뜻한 차를 준비했어요.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앞으로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고 싶은데 그래 줄래?”
소녀는 엄마를 닮은 향기가 나는 여인에게 흔쾌히 함께 지낼 것을 약속했고, 여인이 만들어 주는 빵과 달콤한 쿠키를 먹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작가의 말.
인생을 살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찾아오며, 기회를 갖기 위한 선택의 순간이 있어요. 때론 기회는 검은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해서 이것이 기회인지 아닌지 모른 채 행운을 놓치곤 하지요.
소녀에게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신 세 번의 기회가 있었어요. 손에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순간들을 슬퍼했지만, 마지막 성냥개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비록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엄마가 만들어주는 쿠키와 빵, 그리고 엄마의 향기를 가진 여인과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현재 내가 바라고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이룰 수 있다고 반복하여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매일 조금씩 이루고 싶은 꿈을 실천해 나가는 겁니다.
한 번에 꿈이 이뤄질 수는 없어요. 조금씩 매일, 규칙적인 실천은 언젠가는 성냥개비가 가져다주는 기적처럼 짠하고 나타날 거예요.
원작은 꿈을 꾸던 소녀는 추위에 지쳐 세상을 떠나는 걸로 끝이 나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어떠한 힘든 환경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나 자신이기도 하죠.
아픈 고난이 찾아오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씩씩한 소녀.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싶은 제 자신의 욕구를 담은 한 편의 동화입니다. 지금 제가 그래요. 지금 이 순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성냥팔이 소녀처럼 희망을 잃지 않는 소원을 담은 동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극복하기 위한 힘은 성냥팔이 소녀의 세 가지 소원 중 가장 간절한 소원이 이뤄지는 일입니다. 소녀가 이뤄진 소원이라면, 제게도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