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게 한 매일 글쓰기 통통통!

우리는 가족

by 보리똥


제5장- 우리는 가족

나를 살게 한 매일 글쓰기 통통통!



21년 여름, 남편은 큰 수술을 했다.

수술하기 전, 몸이 아파도 건강한 사람처럼 일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지쳐 쓰러지는 날이 많았다. 일이 힘들고 몸이 약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했다. 상태가 지속되자 남편은 업무 중에 몸이 아파 스스로 병원을 찾아갔다. "대학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으세요. 폐관련 질병이 의심됩니다."


이튿날 남편은 혼자 일어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나는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대학병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실 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 반나절을 기다려야 검사가 가능했다. 검사 후 치료는 어렵지 않을 거라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열이 문제였다. 일주일을 병상에서 홀로 아픔과 싸우다가 치료가 호전되지 않자 응급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 남편은 불안하고 초조한 어투로 상시 보호자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이고 뭐고 일주일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술 당일, 보호자 대기실에서는 전광판으로 환자의 실시간 수술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들은 쉽게 회복실에서 나오는데 남편만은 계속 <수술 중>이었다. 4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고 다른 환자들과 다르게 주치의가 먼저 보호자를 찾았다.

"어떻게 사람을 이지경까지 내버려 뒀습니까? 폐가 다 녹아내렸는데 이걸 참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회복, 장담할 수가 없어요."


순간 하늘은 무너져 내렸고, 남편이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몇 주 일간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의심된다고 PCR 검사를 하라고 하질 않았나. 아픈 사람에게 휴일인데 집에서만 있는다고 투덜댔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정말 아팠는데, 고통을 무시했던 죄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이 끝나고, 남편은 이틀 만에 고위험실에서 일반 병실로 오게 됐다. 수술 부위가 커서 거동이 어려웠고, 통증으로 밤마다 고통스러워했다. 남편은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아빠 아파? 아파?" 눈물을 흘리는 아빠가 낯선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돌봐주던 친정 엄마는 휴대폰 영상 속 사위 모습을 볼 때마다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셨다.


남편과 함께 병원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견디게 해 준 건 바로 글쓰기였다. 아픈 남편에게 힘들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몸 하나 뻗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남들이 잠든 저녁마다 노트북 전원을 켰고, 글을 통해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할 수 있었다. 남편 옆에 있는 병상에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입원했는데 온종일 코 고는 소리에 다른 음악이 필요 없었다. 코 고는 소리는 규칙적이었고,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글을 쓰며 과거 남편의 건강했던 모습이 떠올랐고,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날을 꿈꿨다.

글쓰기는 내게 마음 약과도 같은 존재였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아프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변비로 고생했고, 작은 아이는 장염이 회복될만하니까 독감으로 열이 39도를 웃돌고 있다.

"편도가 부어 며칠을 고열로 시달릴 듯합니다. 이틀 안에 열이 안 떨어지면 병원으로 당장 오셔야 합니다." 아이는 힘이 없어서 몸이 축 처져 있었고, 밥도 먹질 않았다. 아픈 아이를 보니 또 못난 엄마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다니며 나름 육아도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직장에서는 누구보다 인정받길 원했고, 아이들에게는 만능 엄마로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마치 하나를 완성하면 다른 하나는 삐걱대는 나무 인형처럼, 그렇게 절름발이처럼 쩔둑, 쩔둑 아슬아슬하게 걷는 사람이 나란 사람이었다. 걱정을 하면 할수록 머리는 무거웠고 종종 편두통으로 시달렸다.


마음이 답답해 오늘도 글을 쓴다.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마음을 옮겨 적다 보면 어느새 울적한 마음이 사라진다. 삶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어찌 인생이 마음처럼 그리 쉬운가? 절망이 있다면 희망도 있는 법. 어느 날에는 절망을 그리다가 또 어떤 날에는 희망을 그리기도 하는 게 삶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연기처럼 흘러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작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긍정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나무는 내가 절망하는 날에는 오뚝이처럼 일으키는 힘을, 행복한 날에는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커피 한 잔을 들고 노트북을 전원을 켠다. 과연 어떤 수다를 떨까?

두근두근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자판 소리 통통통!

따뜻한 음악과 함께 우리 집 거실에서는 통통통 자판 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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