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똥 Jan 29. 2022

당황스러운 도서관 탐험기

도서관 정복은 지금부터

난 2 주일에 한번, 금요일마다  2시간 일찍 퇴근을 한다.

가방 안에 든 반납 할 책을 들고 바쁘게 도서관으로 향한다. 처음 도서관을 가기 전, 이미 우리 집 책장에는 읽지 못한 책들이 천지다. 새로 구매한 책은 절반쯤 읽다가 지루해서 금세 덮어버리는 헌 책이 되었다. 그리고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라고 하면 또다시 주문. 새 책이 도착하자마자 빳빳한 첫 페이지를 펼쳐보는 감동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책을 몇 장 읽다 보면 쏟아지는 건 잠이요, 어느 순간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있었다. 책! 책! 너는 과연 내게 무슨 존재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책을 열심히 산다한들 읽지 않는 책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도서관을 가보자! 대여기간이 있고 반납할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읽게 되겠지'

처음 찾아 간 도서관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책상 드문드문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학생, 책을 읽는 여성,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의 독서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 얼마나 집중을 하고 있냐 하면 옆 사람이 지나가도 단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한 권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읽고 있었다. 학창 시절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다고 도서관을 찾았을 때를 제외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도서관을 찾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세월이 얼마나 흐른 걸까? 낯선 풍경을 뒤로하고 책을 대여하기 위해 회원카드를 만들고 내 수준에서 읽을 수 있는 책 세 권을 골랐다.


"이렇게 대여해 주세요. 여기 카드요."

직원은 당황한 듯 건네는 대여 카드를 받았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이 흐르는 도서관에 나의 단 몇 마디는 확성기를 켠 것처럼 가까운 곳에 울려 퍼졌다. 순간 집중하며 책을 읽던 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빼꼼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왜? 내가 어째서요?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마음속은 할아버지에게 한없는 질문을 퍼부었지만, 알 수 없는 할아버지 표정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 무얼 읽을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네. 휴~ 도서관도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여.'


2주가 순식간에 흘러 대여한 책을 반납할 날이 찾아왔다. 나는 멋있게 책 세 권을 대여했으나, 역시 1권은 책장도 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도서관에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단 두권이라도 읽은 게 얼마야 라며 자신을 위로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누가 그랬던가? 나는 눈치는 없지만,  시험 때마다 커닝 준비는 최고라고. 커닝 페이퍼는 저리 가라, 손바닥은 들킬 것이 뻔하니, 손가락 마디마디나 심지어 팔목이나 팔뚝에도 커닝 리스트를 만든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마침 내가 도서관을 들어갈 때 책을 대여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는 대여 카드도 없이 휴대폰으로 인증을 했고,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올려놓자마자 끝난 듯 곧바로 사라졌다.

'으잉? 대여 카드도 없고, 책만 기계에 올려놓기만 했는데 대여가 가능해? 한 번 따라 해 볼까?'


나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처럼 신기한 듯 대여 기계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대출- 반납 버튼이 있었고,  버튼을 누르자 책 방향대로 책을 모두 올려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동시에 몇 권의 책을 인식할 수 있지?' 책 중앙에는 도서관명이 쓰여있고 바코드 태그가 부착되어 있다. 똑똑한 기계는 책 여러 권을 놓아도 바코드를 그대로 투과해 어떤 책인지 저절로 인식했던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사서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반납 한 책을 원래 있던 책장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후 카카오톡 도서관에는 내가 대출받은 도서를 검색하고 대출기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도, 회원카드도 그 속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서관 사서는 처음 회원가입을 할 때 대여 기계 사용법이라던가 카톡 채널만 추가하면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더라면 좋을걸!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에만 기계적으로 대답했던 그녀가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그것도 잠시, 모든 걸 스스로 터득한 자신이 대견스러운 건 조용했던 그녀 덕분이리라.


어제는 도서관에 도착하여 사서 도움 없이 알아서 도서 반납 처리를 하고, 대여까지 척척 해결했다.

어떤 일이든 아는 게 힘이고, 경험이다.

그렇게 2주에 한 번씩 하는 나의 고상한 도서관 탐험기는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궁금증도 사라졌으니 책 좀 읽어볼까나?'








매거진의 이전글 단 돈 만원으로 튤립을 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