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의 장단점
쉐어하우스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역세권'이라고 말할 것 같다. 지하철역이 집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건 생각보다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주는 요소였다. 시내와 가까운 덕에 어디든 금방 갈 수 있고, 잠깐 나갔다 오는 게 그렇게 큰 결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이었다.
특히 대학가 근처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만큼 식당, 카페, 마트, 편의점, 없는 게 없었다. 그냥 내가 먹고싶은 음식은 배달앱을 켜면 다 있었다. 심지어 배달도 빨랐다. 배달 기사님이 내 위치를 보고 "아, 여긴 자주 가는 데네요"라고 인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좋기만 한 줄 알았던 역세권 생활에도 분명한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술세권'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한동안 살았던 동네는 술집이 밀집된 골목이었다. 이자카야가 많은 곳이었다. 주말 저녁이 되면, 이 동네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마치 낮에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토해내듯, 거리에 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절박하고 그렇게 열정적일 수가 없는 게, 거의 음주 올림픽 결승전 느낌이었다. 음주가무의 모든 모습을 그때 모두 배운 것 같다. 이건 경찰에게 신고를 해도 매주 반복되는 일이라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더라.
길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뿌려져 있었고, 술에 취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인도에 드문드문 피어나 있었다. 다들 왜 그렇게 침을 뱉어대는지, 정말 아우… 너무 품격없는 저질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 창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최악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 사건이었다.
평화로운 평일 오후, 나는 평소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뚜껑을 열었는데, 그 안에… 글쎄, 누군가 토를 해놓고 간 것이었다. 아, 정말 지금 적으면서도 다시 장면이 떠올라서 짜증이 치민다. 그 순간 나는 잠시 생각이 멈췄고, 정신이 로그아웃 해버렸다. '이걸 본 내 눈은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르고 뒷걸음질 쳤던 기억인 난다.
결국 룸메이트들과 함께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다시 한숨을 내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청소를 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 음식물 쓰레기통을 '블랙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빨아들이니 말이다. 취객의 토사물과 담배, 침, 가래 등. 주말이 지난 후에는 열어보기 겁날 정도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역세권에 산다는 건 교통의 편리함만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인간 본능과 직면하는 순간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누군가가 쉐어하우스를 구한다고 하면 꼭 이런 말을 덧붙인다. 낮에 한 번 둘러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밤에 한 번 걷는 건 필수라고. 낮에는 모두가 천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동네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편리함은 분명 좋다. 지금도 포기하기 어려운 크나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어쩌면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