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파자마 파티를 할까?
“와- 다들 모여서 이야기도 많이하고 홈파티도 맨날 할 수 있고 너무 좋겠어요!”
쉐어하우스에 산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처럼 북적북적 거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아 뭐.. 가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도 있다. 아주 가끔.
쿵짝이 잘 맞는 룸메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 나눠 먹거나, 수다 파티를 여는 날도 가뭄에 콩 나듯 있긴 하다.
1년에 하루, 이틀 있을까 말까 한 정도?
보통은 전혀 그렇지 않다.
퇴근 혹은 하교 후엔 각자 자기 방으로 직진.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집 안을 돌아다니며 한 명도 마주치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게 이상하게 익숙해졌고, 딱히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솔직히 가끔은 고의적으로 피하기도 했다.
밖에서 이미 충분히 많은 관계를 맺고 치이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진실을 말하자면, 가끔이 아닌 것 같다.
집 안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게 기본값이다.
여기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다들 방에서 나가기 전,집 안의 소리를 엿듣는다.
다른 방에서 나오는 발소리, 돌아다니는 발소리, 화장실 문 여닫는소리.
누군가 나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굳이 나가지 않는다.
룸메이트가 방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그제야 조용히 나가 화장실로 향한다.
이건 내가 살았던 대부분의 쉐어하우스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온 ‘룰’rule이다.
흥미롭게도, 쉐어하우스 생활이 길어진 사람일수록
이 암묵적인 룰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늘 단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퇴근 후, 너무 힘들고 무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거실에 앉아있던 룸메이트가
“괜찮아요?” 하고 물어봐준 적이 있었다.
별거 아닌 그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날 따라 참 마음이 따뜻하고 좋아졌다.
잃어버린 인류애를 회복한 느낌이었달까.
룸메이트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쉐어하우스는 ‘친밀함‘보다 ‘공존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서로를 의식하며 피하고,
때로는 의외의 순간에 위로받는다.
누군가는 이런 관계를 삭막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이건 서로의 거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거리감 속에서 우리는 매일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