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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zue Oct 17. 2022

사랑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스피노자『에티카』그리고 류시화, 이성복 시인의 시에서 얻은 사랑의 가능성





21세기 현대인들은 취업과 직장으로 인해 '사랑'을 배울 기회가 없다고들 한다. 

가난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결혼과 가정을 꾸릴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지만 이것을 좀 더 좁혀본다면, 상대로 부터 버림을 받거나 차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언젠가 자신에겐 마치 '사랑에 대한 영원성'이 있을 것처럼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사랑'에 대한 시작이 무엇인지 잃어가는 현대인은 사랑에서 존재하는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1) 철학자들이 아무리 삶과 사랑을 말하더라도 시인의 '사랑'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알튀세르와 마르크스의 세계관에서의 사랑은 뛰어나다.

많은 지성인들이 있는 21세기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문인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랑에 넘어지고 삶어 넘어져서 그것을 실제로 쓴 사람과 자신이 해석하는 것이 진짜 옳은지도 모른 채

글을 쓰는 철학자. 마치 경험을 하기도 전에 삶과 사랑을 이미 다아는 현대인들이기도 하다.


해석자들은 시인들에게 있어 늘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복잡해질수록 철학자들의 해석은 그저 '해석'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그렇다.

어떤 행동을 옮기기 전에 머리가 복잡해져 버리지 않은가. 그러니 행동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생각은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결국 불안을 일으키고 사람을 망가지게 한다.


원자들이 부딪혀서 생성과 소멸을 만든다고 한다면 그것에 그치는 것이다.

그것에서 움직임 이상을 설명하려는 행동이 '삶'과 '사랑'을 잘못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머리'를 움직이지 말고 '몸을 써서 머리로 가야'한다. 그래야 정답에 가까운 현실에 도착한다.

그 유명한 이성복 시인도 '숨길 수 없는 노래'라는 시에서 말을 했다. 우리의 부재. 그 두려움. 서러움들을.

*책 추천 : 그 여름의 끝 (이성복 시인),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 하늘 아득히 황사가 내려 길도 마을도 어두워지면 

먼지처럼 두터운 세월을 뚫고 나는 그대가 앉았던 자리로 간다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한다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너무 빠르거나 늦은 그대여,

나보다 먼저 그대보다 먼저 우리 사랑은 서러움이다



이성복, <숨길 수 없는 노래 2>






2) 사랑하면 이별이 같이 존재한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그렇기에 과정만이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평행이론으로 존재한다. 만날 수 없는 두 점이 평행선을 그리듯 움직이고 있다.

거대한 세계 속에서 그 평행에서 우리가 서로 마주친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렇기에 다른 세계관의 파괴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마치 산사태가 일어나서 그동안 올랐던 산들이 한 번에 붕괴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불현듯' 그렇게 논리적으로는 해석 불가능한 마주침이 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놀랍다. 당신은 과거 옛 연인들을 떠올려 보라. 아니라면 지금으로부터 만났던 인연들을 생각해보라. 당신이 단 한 명이라도 만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겠지만 대부분은 예상치도 못한 사람과 예상치도 못한 사건의 전개로 살아가게 된다. 사랑도 그렇다 당신은 당신이 만났던 그 연인의 상대를 만났을 거라고 예측이 가능했던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수만 가지 가능성과 희망을 미래로부터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세계 형성 이전에 무수한 원자가 허공 속에서 평행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원자들은 항상 떨어진다.  (…) 클리나멘(Clinamen)이 돌발한다. (…) 클리나멘은 무한히 작은, ‘최대한으로 작은’ 기울어짐으로써,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허공에서 한 원자로 하여금 수직으로 낙하하다가 ‘빗나가도록’, 그리고 한 지점에서 평행 낙하를 극히 미세하게 교란시킴으로써 가까운 원자와 마주치도록, 그리고 이 마주침이 또 다른 마주침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가, 즉 연쇄적으로 최초의 편의와 최초의 마주침을 유발하는 일군의 원자들의 집합이 탄생한다.

-「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Le courant souterrain du matérialisme de la rencontre)」


알튀세르가 말했던 '사랑'은 '가능성'이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 '사랑에 빠질지' 절대 알 수 없다.


 


3) 사랑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주칠 줄 모르는 '평행에서 꺾어진 인연'의 기적들이다.


최대한 작은 기울어짐. 우리가 만나고 싶어서 아무리 발악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기적과도 같이 '평행이론'과 '수평운동'의 교란으로 클린 화면이 발생한다.



:

*



엄청 어려운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만나지 못한 무수한 인연은 '평행이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침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은 클린 화면으로 꺾어진다. 

클린 화면으로 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모든 물리적 부딪힘으로 인연이 생긴다.


에피쿠로스에서 결국 말하는 것은 정확한 도달을 말하지 못한다.

결국 인연은 쉽게 이루어지지도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하지만 만남과 만나지 못함은 '아주 작은 차이'일지 모른다.


그러니 당신이 만난 인연과 만나지 못한 인연은 고의적이기보다 자연에 의한 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또 만나더라도 우리의 감정의 격동이 서로 일어나지 못한다면 또 역시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것이다.

즉 몇 번을 만나도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 한 번을 만났는데 사랑을 느낀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혹은 얼만큼 '만나냐'로 '사랑'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완전할 때 '사랑'이 됩니다.




우리들은 정신이 큰 변화를 받아서 때로는 한층 큰 완전성으로, 때로는 한층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수동(passiones)이 우리들에게 기쁨과 슬픔의 정서(affectus)를 설명해준다. (…) 기쁨(Lætitia)은 정신이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수동으로, 슬픔(Tristitia)은 정신이 더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수동이다. (…) 정신과 신체에 동시에 관계되는 기쁨의 정서가 쾌감(titillatio)이나 유쾌함(hilaritas)이라고 하지만, 슬픔의 정서는 고통(dolor)이나 우울함(melancholia)이라고 한다.

-에티카(Ethica)ⅢP11S 



4) 그렇다! 감정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 마주쳤다 해도 안 만난 것과 비슷하다.


슬픈 사실이다. 한 번을 만나더라도 강렬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면 '인연'이 이루어진 것이고, 타자와 지속적으로 만났다고 하더라도 (*스피노자와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 '만나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현실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데 수동적으로 '전염'될 수 있다. 이것은 수동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만남'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것은 '능동'이 아니므로 지속이 어렵다. 감정의 동요가 참 중요하다. 


감정을 누르고 그것을 포기하거나 문을 닫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사랑에 빠질 수도 사랑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겠다.







그러니 당신이 사랑을 원한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어야 할 것이며-

그중 우연히 어떤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주 희박한 확률이며, 당신의 노력 끝에 상대의

감정의 동요가 된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환상계'와 같은 전율의 삶을 얻게 될 것이다.


마치 유치하고 아름다운 연인들처럼, 추운 날에도 그렇게 달콤하고 좋아 보이는 연인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상대가 누구일지는 전적으로 알 수 없다. 그건 결국 내가 계속 노력한다 해도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사람이 있듯, 아무리 만나려 해도 만나 지지 않는 사람이 있듯, 내가 별로라도 날 좋아하고 계속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듯 말이다. 사랑은 '자연적'이며 결국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그녀. 당신의 사람 말이다.





  당신의 운명을 위해 오늘도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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