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독일 변증법'과'알 베르트 경제',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의 인형의 집(Et dukkehjem, A Doll's House)(1878-9)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다음 대화를 한 번 읽어보도록 하지요.
헬머: 당신은 이런 식으로 당신의 가장 신성한 의무를 무시하는거요?
노라: 내 가장 신성한 의무? 그게 뭔데요?
헬머: 내가 그걸 당신한테 말해줘야 하오? 당신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지, 아니면 뭐겠소?
노라: 나한텐 다른 의무도 있어요, 그것과 똑같이 신성한 의무가.
헬머: 그런 건 있을 수 없소. 도대체 무슨 의무란 말이오?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요.
헬머: 당신은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아내이고 어머니야.
노라: 그딴 거, 이제 더는 안 믿어요. 내가 믿는 건 내가 그런 저런 것들 이전에 인간이라는 거죠, 당신처럼 …. 아니 어쨌든 이제 나도 인간이 되어보려고 해요.
-인형의 집
부부사이에서의 사랑의 관계는 아직 객관적이 아니다. 비록 사랑의 감정이 실체적 통일을 이룬다고는 하지만 이 통일은 아직 아무런 대상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는 자녀에게서 비로소 이러한 대상성을 지니며 또한 바로 이들 자녀에게서 결합의 전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녀에게서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은 자녀에게서 아내를 사랑하는 가운데 마침내 두 사람은 자녀에게서 다름 아닌 그 자신의 사랑을 직감하는 것이다.
-법철학(Grundlinien der Philosophiie des Rechts)
중요한 것은 친족공동체가 결혼을 조직하면서 동시에 가족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가족은 결혼을 매개로 해서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결혼을 매개로 해서만 생산된다고 할 때, 결혼의 방식이 가족의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하여 소유물로서의 여자를 남자들끼리 교환하는 방식을 지닌 결혼이 가족의 가부장제적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다. 즉 가족 내에서 남자는 주체인 것이고 여자는 대상인 것이다. 이처럼 하여 가부장제가 형성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사회적 수준에서는 친족공동체에서의 가부장들의 연합적 지배와 가족적 수준에서는 가부장의 지배가 하나의 구조로 접합된 남성지배가 가부장제이다. 이런 가부장제에서 두 수준의 남성지배가 서로 불가분리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회적 수준과 가족적 수준 사이의 이런 가부장제적 접합구조가 이른바 중세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
유교적 관계주의는 남성/여성, 적자/서자, 남편/아내, 아들/딸, 양반/상민, 장/유 등의 위계적이며 남성중심적 관계성을 기초로 하는 것이며, 인간을 개체적 존재로 보는 인식이 근원적으로 결여되어 있어서 ‘여자와 남자는 평등하지만 역할과 본분이 다르다’라는 허위 평등주의에 도달할 수 있어도, 사회·정치·경제·종교·문화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과 정의를 모색하는 페미니즘의 ‘평등적 관계주의’라는 대안적 원리를 제공할 수 없다.
-「유교와 페미니즘: 그 불가능한 만남에 대하여」
아빠가 아이를 사랑한다
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
'아이'를 매개로 결혼은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는 아빠를 사랑한다.
이것이 바로 '헤겔의 변증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