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지키는 나만의 주식 라이프 (12)
“우리나라가 땅에서, 바다에서 하는 일은 다 잘하는데요. 못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하늘에서 하는 일이에요.”
“아, 네...”
증권사 직원과 종목 상담 중이었다. 맞다. 우리나라는 잘하는 일이 많다. 반도체, 조선업, 인터넷, 바이오, 자동차.....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딸의 세뱃돈을 우리나라가 잘하는 일들을 제쳐두고 사각지대에 투자하고 계십니다.’
아이의 세뱃돈을 모아놓은 통장에 백만 원이 모이면 주식을 사 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해 몇 년 묵혀둘 생각이었다. 내가 선택한 종목은 바로 한국항공우주였다. 10만 원까지 갔던 종목이니 당시 가격은 매수하기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30주가량을 한꺼번에 샀다.
2017년, 처음 매수한 주가는 6만 원대였다.
2018년, 주가는 5만 원대로 떨어졌다.
2019년, 주가는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며 3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2020년, 코로나로 주가는 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2만 원대까지 회복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별생각 없이 주식을 샀던 것 같다. 아이들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주라는 신문 기사를 봤고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다. 몇 년 동안 수동적이고 무관심하게 주식계좌에 그렇게 돈을 두었다. 결국 고가에 사서 3년간의 하락을 버티고 최저가에 가까운 가격에 팔았다.
여덟 살이 되면 아이에게 투자한 돈과 수익률을 보여주며 주식에 대해 알려주려고 했다.
‘봐, 통장에 있던 돈이 늘어났지? 투자는 이렇게 좋은 회사를 선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금통장에 넣어놓는 것보다 돈이 많아지는 거란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말해야 할 판국이었다.
‘투자는 이렇게 있던 돈도 잃을 수 있는 거란다.’
나는 사실 주식을 사서 경제교육을 하는 엄마 시늉을 내고 싶었던 거다.
금융 문맹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사기만 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돈은 반토막이 나 있었다. 그 돈은 새해의 기운이 깃든 세뱃돈이기에 기분이 찜찜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주식을 사주는 것은 좋은 경제교육이 될 수 있을까?
40만 원짜리 닌텐도 게임기를 살지 닌텐도 주식을 10주 살지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떨까. 당연히 게임기를 산다고 하겠지만 관심 있는 분야의 기업 주식을 사게 되면 아이의 생각은 어떻게 바뀔까. 요즘 친구들이 어떤 컴퓨터 게임을 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위해 결제 버튼을 누르는지, 그 게임을 만든 회사는 넷마블인지 엔씨소프트인지 펄어비스인지 알아본다면 어떨까.
나는 주식을 사고팔며 돈의 가치를 가늠해보는 연습을 했다. 크리스천 디올 가방 하나가 500만 원이라 가정하면 대략 LG화학 주식을 6주 살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70주를, 인선이엔티 주식은 400주 살 수 있다. 한 주당 1만 2천 원인 인선이엔티가 만 원 오른다면 천만 원이 될 수 있고 투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나는 주식을 사고팔며 시간이 가지는 힘을 상상하는 연습을 했다. 교육비를 쓰지 않기는 힘들다. 한 달에 사교육비 20만 원을 아낀다고 가정해본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덟 살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스무 살까지 12년간 20만 원을 투자한다면 원금은 2880만 원이다. 10 퍼센트의 수익률이라면 288만 원, 30 퍼센트의 수익률이라면 원금에 864만 원이 더해진다. 12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사뒀다면 약 200 퍼센트의 수익률, 30 퍼센트의 배당수익이 났을 것이다.
나는 주식을 사고팔며 세상의 흐름을 읽으려는 연습을 했다. 주식 때문에 시진핑과 바이든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아야 할 때도 있다. 주식 거래를 하고 경제신문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보게 된다.
“엄마, 나 세뱃돈이랑 초등학교 간다고 어른들한테 받은 돈 통장에 넣었어?”
“응. 여기. 입금됐지?”
“어? 분명히 85만 원이었는데 돈이 부족하네.”
“아, 20만 원은 입금을 안 했어. 전부터 네 세뱃돈은 조금씩 주식에 투자한다고 엄마가 얘기해줬지?”
아이가 자신의 통장에 찍힌 숫자에 밝아지니 가끔 내가 피곤해지기도 한다.
경제교육을 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헷갈린다. 갑자기 어느 날 세뱃돈 통장을 보여달라 할지 무섭다.
“엄마 내 돈 다 어디 갔어?” 하면 어떡하나.
어서 손실률을 회복할 종목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