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순간이 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 도둑을 잡겠다며 사물함 뒤에 숨었던 어느 날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학교는 남고였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였고, 분위기는… 약간 ‘너 강해?’ 같은 느낌이었죠.
학생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가방 안에 현금이 5만 원, 10만 원씩 들어 있는 게 예삿일이었습니다.
이동 수업도 많고, 사물함 잠금장치는 반쯤 장식이었죠.
도난은 일상이었습니다.
누가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자주 있었고,
학생들끼리는 ‘당한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당연하게 통하던 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우리 반 학생이 가방을 메고 나가는 겁니다.
깜짝 놀라 물어봤습니다.
가방을 왜 들고 가냐고요.
그 학생, 아침에 알바비 자랑했었거든요.
그걸 털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가방을 들고 다니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가더라고요.
이미 털렸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상했던 건—
그 누구도 ‘선생님, 누가 가져갔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학교였다면, 선생님에게 먼저 알리고
학교에 기대서 해결하려 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여긴,
마치 자기들끼리 조심하고 감당해야 할 일처럼 굴더라고요.
그게 남학생들만의 룰인지,
아니면 그동안 교사들이 신경 쓰지 않은 결과인지,
솔직히 알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담임으로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죠.
그리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잡자. 직접.
3, 4교시가 비는 날이었고,
우리 반 교실은 복도 쪽 벽에 사물함이 붙어 있는 구조였습니다.
중간에 벽이 기둥처럼 튀어나와 있고,
그 옆으로 사물함이 양쪽에 배치돼 있었죠.
그 벽보다 사물함이 더 튀어나와 있어서,
사물함 뒤에 서 있으면 교실 앞문에서도 뒷문에서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기 숨어 있었습니다.
잡을 때까지.
처음엔 나름 진지했습니다.
‘잡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학생부에 인계해야 하나,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절차를 하나씩 시뮬레이션하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는 아프고,
복도에 발소리만 들려도 괜히 숨죽이게 되고,
애들이 지나다니긴 하는데, 아무도 우리 반엔 안 오고요.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눈치챘을 수도 있고,
이미 다 털어서 올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죠.
아니면 제가 거기 서 있는 동안, 다른 반에서 털고 있었던 걸지도요.
저는 그렇게 조용히 철수했고,
체육대회 상금과 제 사비를 보태 학급 문 손잡이를 교체했습니다.
아이들에겐 “중요한 물건을 잘 챙겨라”라고 말했죠.
물론, 도난은 가끔 계속됐습니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 있으면서
“야, 너네 그 학교 갔으면 다 털렸어”
이런 썰이나 풀고 있지만,
그땐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신규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도둑을 잡겠다고 사물함 뒤에 숨어 있던
그날의 제가,
이 일에 가장 진심이었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진심이면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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