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말해서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해란 실천 속에서 생겨나는 것’

by 미냉

말은 시작일 뿐이다.


나는 국어를 가르친다. 매일 말로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은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특히 가족이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
“분명히 이렇게 말했잖아”라는 말을 하게 되기도, 듣게 되기도 한다.

서로는 ‘확실히 전달했다’고 믿고,
듣는 쪽도 “알겠어요”, “그럴게요”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그 말은 지켜지지 않는다.
행동은 말과 어긋나고, 나는 다시 처음부터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묻게 된다.
“왜 그 말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최근엔 수영을 배우며 그런 장면을 또 겪었다.
강사는 동작을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면 몸은 말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은 여전히 버둥댄다.
이해했다는 것과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사이의 거리가
이토록 멀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럴 때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다. 존 듀이.
듀이는 교육이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경험의 재구성이라고 말했다.
말을 이해했다는 것은 단지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몸에 배어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말은 곧장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말은 훈련을 위한 안내이고,
행동은 그 안내를 따라가며 새롭게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듀이에게 있어 학습이란
‘들었다 → 이해했다 → 했다’라는 단순한 선형 구조가 아니다.
경험하고 → 실패하고 → 다시 생각하며 →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며칠 전, 전직 프로게이머가 다른 포지션으로 게임을 하며
스스로에게 계속 말을 거는 장면을 봤다.

“상대 들어오는 타이밍. 스킬 아껴놔. 아직 쓰면 안돼.”
“전판에 뭐 실수했지. 이번엔 조심하자.”
“뒤로 빠져야 해. 뒤로 빠져야 해.”

그 모습은 말과 실천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보였다.
단순한 독백이 아니라,
이해를 몸으로 가져가기 위한 훈련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말이 작동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한 번 듣고 아는 것만으로는 멀다.
그 말을 반복하고, 떠올리고, 자기 행동과 연결되게 훈련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말은 실천이라는 형태를 갖게 된다.


학생들에게 물걸레질을 시키다 보면,
종종 봉 끝을 배에 대고 이리저리 밀고 다니는 모습을 본다.
그건 그냥 바닥에 물을 바르는 거지, 청소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강조한다.
“빡빡 닦아야 해. 물만 묻히면 안 돼.”
방법도 말로 설명해준다.
하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은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봉 밑부분을 손으로 잡고, 몸을 낮춰 힘을 실어 바닥을 닦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물걸레를 짤 때 나오는 구정물을 함께 보며 말했다.
“봐봐. 이렇게 해야 진짜 닦이는 거야.”

그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안다. 하지만 손에 힘이 없고, 동작은 아직 서툴다.

그 뒤로도 여러 번 반복하게 했다.
지켜보고, 다시 말하고, 또 시범을 보이고.
며칠 후, 비교적 깨끗하게 닦인 교실 바닥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오늘은 괜찮네?”
그때 한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저희도 청소 좀 하죠?”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제야 ‘깨끗하게 됐다’는 상태를 자기 기준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이 아니라, 직접 하고 겪는 반복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그 의미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순간들을 겪을수록,
나는 말이 전달된다는 것과
그 말이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걸 배워가고 있다.

신혼 때나 아이를 처음 낳았을 무렵,

우리 집 부엌과 냉장고엔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해야 할 일이나 까먹기 쉬운 것들을 눈에 띄는 곳마다 써 붙여두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메모는 계속된다.


예를 들면 항생제는 냉장 보관,

어린이집에 챙겨야 할 준비물,

빨리 써야 할 요리 재료 같은 것들.
그런 메모들은 단순히 기억을 돕는 역할을 넘어서,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만드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건 대단한 전략이라기보다, 실패와 반복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 나만의 방식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말이 행동이 되도록 돕는 몇 가지 작은 방법들을 떠올려봤다.
그건 대단한 전략이라기보다, 실패와 반복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 나만의 방식이다.


말이 행동이 되도록 돕는 10가지 방법


1. 한 번 말했다고 다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해와 실행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그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이다.

2. 말하는 사람은 간단하게만 말하지 말고 맥락을 포함해 설명한다
-말의 의미는 문장이 아니라 상황 전체 속에서 생긴다.

3. 듣는 사람은 ‘잔소리’로 단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이해가 안 되면 바로 묻고, 의미를 확실히 잡는다.

4. 기억해야 할 장소에 포스트잇을 붙여 시각적 자극을 만든다
-시선이 자주 머무는 곳에 정보가 있으면 행동 유도가 훨씬 수월해진다.

5. 스마트폰의 리마인더, 메모앱, 나와의 채팅을 적극 활용한다
-외부 장치를 활용해 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6. 행동 직전에 스스로에게 말로 점검한다
-“지금 뭐 해야 하지?”, “이게 맞는 순서인가?”라고 입 밖으로 꺼내기.

7. 실패한 날을 복기하는 습관을 만든다
-"왜 안 됐지?"를 가볍게라도 돌아보는 루틴이 중요하다.

8. 중요한 내용을 도식화하거나 구조화한다
-말은 사라지지만, 구조화된 시각 정보는 오래 남는다.

9. 말한 내용을 작게 쪼개서 실천한다
-말이 막연하면 행동도 막연해진다.
예: “운동 좀 해” → “오늘은 팔굽혀펴기 10개만”

10. 쓸데없는 걱정거리에 기억력과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비워야 중요한 말을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다.


듀이의 말처럼,
학습은 반복되고 조정되는 경험의 구조 속에서 자란다.
말은 그 구조의 시작점일 뿐이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말이 효과를 가지려면 그 말을 따라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식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완벽한 설명보다, 조용한 반복이
조금 더 멀리 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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