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멜로디언

청년 시절 썼던 시를 끄집어내 손질해 보았습니다.

멜로디언

-멜로디언(Melodian). 코미디언(comedian)의 반대말. 남을 울리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그러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떤 사람이 고물 그득한 수레를 끌며 

  눈 속을 걸어간다

  어떤 힘이 그를 

  앞만 보고 나아가게 한다          

 

  말씀으로 빚어진 눈사람.

  솜사탕처럼 따사로운 눈송이도

  그의 굽은 어깨에 서늘한 운명을 쌓는다          

  

  한때 지붕을 녹이는 빛줄기도 

  툭툭 부러뜨렸던 손아귀엔 

  주름이 번졌다

  펑펑 맥주병 따는 소리에

  한 주먹 희망을 담았던 눈동자는 

  바람에 뒹구는 아이스바 껍질을 따라 널브러진다 

  이따금 새어나오는 신음에서는

  오래된 눈물 냄새가 난다          

 

  재갈재갈 한 무리의 아이들이 눈덩이를 베어먹는다

  연인들은 함부로 달콤한 웃음을 눈밭에 뿌린다

  언젠가 깨어지고 말 눈사람,

  눕는 법조차 잊어버린 앙상한 눈뭉치,

  전봇대에 기댄다

  오줌을 지리던 떠돌이 개가 사납게 짖는다

  -아버지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