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2미터 강아지 10-코로나와 건빵이의 사정

코로나도 막지 못한 아이들의 풋사랑

by 작은별송이

10. 코로나와 건빵이의 사정



보름달이 떴네. 아주 살짝 찌그러진 것 같긴 하지만.

오늘따라 달이 더 크고 밝은 것 같아. 오늘 내 마음과 완전히 반대야.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부모님께 말씀 드려라멍. 부모님 뜻에 따르겠다고. 물론 그러고 나서 날 몰래 놓아줘야 한다멍.”


내가 책상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게 답답했는지 건빵이가 먼저 말을 붙였어.


“내가 그렇게 싫어?”


내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건빵이의 표정이 굳어졌어.


“대답 못 하는 걸 보니 싫은가 보네. 그럼 왜 날 따라왔어? 내 팔 물고 도망치지 그랬어!”

“미안하다멍.”

“거짓말! 그리고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네 마음 아프게 한 거다멍. 나도 고민이 많았다멍.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멍.”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어. 난 건빵이를 나쁜 할아버지로부터 구해 주고, 잘 키워 준다고도 했는데, 왜 나한테 못되게 구는 걸까? 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걸까? 가장 슬픈 건 첫사랑과 짝사랑이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는 거야. 건빵이 저 나쁜 녀석 때문에!

건빵이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어.


“할 말이 있다멍.”

“하든지 말든지!”

“나는 코로나 19로 엄마를 잃었다멍.”


2020년 우리나라에 코로나 19가 널리 퍼졌을 때. 3월이었대. 건빵이 엄마가 죽은 건. 건빵이 주인이 코로나에 걸리고, 주인에게서 엄마가 전염되고, 전염된 지 사흘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대.

문제는 엄마가 죽은 이유에 대해 모두 무관심했다는 거야. 마침 엄마가 간암을 앓고 있어서 그 병으로 죽었다고만 생각했대. 물론 주인 가족이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때 건빵이는 사람들에게 무척 실망했대.


코로나 29가 퍼진 지금도 사람들은 동물이 코로나에 잘 안 걸린다고 이야기해. 전혀 안 걸리는 건 아니지만 사람만큼 위험하지는 않대. 하지만 동물들끼리는 다 알고 있대. 사람보다 더 잘 걸리고, 걸리면 더 못 버틴다는 사실을. 대부분 죽는대. 그것도 한 달을 못 넘기고.


엄마를 잃은 후 사람이 미워진 건빵이는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왔대. 그 후 떠돌이로 1년을 지내다가 우연히 길강아지를 거두어 기르는 새 주인을 만나 함께 지냈대. 그때 건빵이는 큰 개에게 물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라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다네.

다행히 새 주인은 마음씨가 착했대. 건빵이가 그만 떠돌이 생활을 마칠까 고민이 들게 할 만큼. 고민 끝에 건빵이는 ‘사람 말을 익힐 때까지만 같이 살자.’ 하고 마음을 먹었대. 그 후 7년을 지내며 지금처럼 말이 능숙해졌다는구나.

끈기가 참 대단해. 더구나 주인에게 직접 말을 배운 게 아니라 혼자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라니, 정말 놀라워.

건빵이가 말을 배운 건 코로나 때문이야. 사람들이 코로나를 퍼뜨리는 것을 막으려고. 그래서 엄마처럼 피해를 입는 강아지들이 안 생기게 하려고.


“코로나 29가 터진 걸 알고 나서 주인 몰래 집을 나왔다멍. 때마침 말에 자신감이 붙어 떠날 때를 고민하던 터였다멍. 집을 나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멍. 부지런히 다니면서 방역 수칙을 지키라고 소리를 쳤다멍.”

“사람 말로?”

“그렇다멍. 그랬더니 사람들이 날 괴물 취급했다멍. 사람들의 공격으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다멍.”

“나이만 많지 철부지구나. 말하는 강아지를 정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내가 어리석었다멍. 아무튼 몇 번 위험을 넘긴 다음부터 말은 안 하고 행동으로만 했다멍.”

“할아버지 장기판 엎은 것처럼?”

“그렇다멍.”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나랑 안 살겠다는 건데?”

“아직도 모르겠냐멍? 난 코로나 29를 막아야 된다멍! 친구들이 위험에 빠져 있다멍!”

“네가 친구가 어딨어? 너 외톨이 아냐?”

“강아지들은 모두 내 친구다멍.”


그 말에 약간 가슴 뭉클했어. 건빵이가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일 당장 코로나 29가 끝난다면, 그러면 같이 살래?”


건빵이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어. 뭔가 아픈 곳을 찔린 사람의 표정이었어.


“7년 동안 같이 산 주인이랑 헤어지기 쉬웠는지 아냐멍?”


그 물음에 내 마음이 웅 하고 울렸어. 정 들기 싫은 거구나.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또 생기면 언제든 주인을 떠나야 하니, 그게 아픈 거구나.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 어떤 게 건빵이에게 좋은 일일까? 사실 나도 처음보다 애정이 식긴 했지만, 건빵이만 좋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이었어. 이모한테 그랬던 것처럼, 엄마 아빠한테 매달릴 생각이었어.

곰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건빵이가 나지막이 말했어.


“난 할 일이 많다멍.”

“할 일…….”


건빵이에게 할 일이란 강아지들을 살리는 일이겠지? 그건 나랑 같이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겠지?

난 인정해야 했어. 엄마 아빠가 허락해도 건빵이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까지 네가 벌인 짓, 다 일부런 그런 거지? 내 샴푸 쓴 거부터 누나 다리 문 거까지. 우리 식구들이 너 미워하게 만들어서 쫓아내게 하려고 그런 거지?”


건빵이가 날 물끄러미 쳐다봤어. 우리는 한동안 눈을 맞춘 채 그대로 있었어. 한참 만에 건빵이가 빙긋 미소 지었어.


“미안하다멍.”

“진심이야?”


건빵이가 고개를 끄덕였어. 순순히 인정하니까 갑자기 건빵이가 온순한 강아지로 느껴졌어. 원래 사나운, 아니 건방진 녀석은 아니었을 거야.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를 일으킨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했을 거야.


“나도 발로 찬 건 미안해. 많이 아팠지?”

“죽는 줄 알았다멍.”

“풋! 엄살은…….”


나는 조그맣게 소리 내어 웃었어. 가슴속에서 보름달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 창문이 스르르 열리고, 보름달은 둥실 떠올라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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