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막지 못한 아이들의 풋사랑
8시 35분. 학교에는 5분 뒤에 들어갈 수 있어. 코로나 때문에 3학년은 8시 45분부터 9시 사이에 등교해야 해.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오니까 올 때마다 좀 낯설어.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 친구들을 만나면 더 반가워.
10분 일찍 와서 교문 근처에 서성이고 있는 건, 정확히 말해 교문 근처 건물 옆에 숨어 있는 건 할 일이 있어서야. 아주 중요한 일이야. 열 살 평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 가슴이 떨려.
“깜짝이야!”
길고양이가 내 앞을 휙 지나쳐 갔어. 예전 같으면 별 느낌 없었을 텐데, 괜스레 고양이가 걱정된다. 쟤도 코로나를 피해서 떠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그나저나 건빵이는 얌전히 잘 있겠지? 엄마 말 잘 듣기로 나랑 약속했으니까 별일 없겠지?
건빵이와는 토요일 아침에 헤어지기로 했어. 아빠가 아빠 친구에게 데려다줄 거야. 나와 엄마는 이모네로 가서 썰매를 데려오고.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아. 금요일 밤에 몰래 건빵이를 풀어줄 거야. 엄마 아빠가 잠든 사이 건빵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놓아줄 거야. 건빵이가 그렇게 해달래. 자유롭게 살고 싶대. 에잇, 코끝이 찡해진다. 그만 생각하자.
현유다! 행동 개시!
현유가 교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후다닥 강아지처럼 달려갔어. 교문 앞에서 주위를 샥샥 둘러봤어. 고맙게도 우리 반 애는 안 보였어. 이제 학교 입장!
교문을 들어서고부터는 친구와 나란히 갈 수 없어. 2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한 사람씩 가야 돼. 2미터 앞에 현유가 있어. 가슴에서 둥둥 큰북이 울려. 침착하자. 용기를 내자.
“현유야!”
현유가 걸음을 뚝 멈추고 돌아봤어. 나를 보고 표정이 굳어지네. 지금은 어쩔 수 없지, 뭐.
“왜 불렀어?”
말투도 뾰족해. 이것도 어쩔 수 없지, 뭐.
“나 어제 건빵이한테 사과했어. 너한테도 사과하고 싶어서 편지 썼는데, 네가 읽고 싶을 때 읽어 줄래?”
대답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틈을 노리자.
나는 재빨리 달려가 2미터 거리를 한 걸음 거리로 좁힌 뒤 현유에게 편지를 내밀었어. 현유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나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교실에서 주면 네가 곤란할 것 같아서 지금 주는 거야. 받아 주면 고맙겠다.”
현유가 잠깐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나를 보았어. 그러고는 내 손에서 살며시 편지를 가져갔어.
“우성준, 좀 떨어져 줄래? 2미터 거리 두기 지켜야지.”
“어? 그래그래.”
나는 뒷걸음질 쳐서 2미터 거리만큼 현유에게서 멀어졌어. 그러자 현유가 말없이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어. 나는 현유가 더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어. 그러면 현유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아서.
현유가 15미터쯤 멀어졌을 때 나는 발걸음을 뗐어. 건빵이 얼굴이 둥실 떠올랐어. 2미터 떨어지라고 외치던 모습, 그 목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났어.
건빵아, 네 키가 2미터까지 커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곰인 줄 알걸? 네가 벌떡 일어서면 다 도망갈 거야. 네가 방역 수칙 지키라면 다들 착한 아이처럼 말 잘 들을 거야.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현유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하얘. 현유는 편지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나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질까?
내가 쓴 편지, 별 내용은 없어. 내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했어. 착한 마음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겠다고 약속했어. 부디 지금처럼만 지내면 좋겠다고 했어. 좋아한다고 고백한 건 절대 아냐.
엄마나 아빠가 “살다 보니 별일 다 겪네.”라는 말을 이따금 해. 진짜 나야말로 이 말을 해야 될 것 같아. 며칠 사이 정말 여러 가지 ‘별일’을 겪었어. 우습게도 코로나 때문에.
그 특별한 일들이 좋은 일들은 아니야. 지금까지는. 하지만 희망을 가지려고 해. 코로나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 어제 건빵이가 그랬어.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라고. 자기는 떠나지만, 썰매가 행운을 물고 올지도 모른다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