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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 Dec 10. 2024

짝사랑

시작

겨우 봄바람 맞나 싶더니 결국 비바람이나 맞는구나

내 마음을 이리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놓고는

기대를 짓밟는구나.

어제 네가 몰고 온 바람에 내 마음이 간질간질 잘도 일렁여 퍽 우스운 행색을 하였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고도 기어코 지나치는 거냐.

그런 공기, 그런 햇살, 그런 향기로 나를 매혹하지는 말았어야지. 내 그림자를 걷어줄 듯이 보내던 빛은 그저 더 깊고 넓은 그림자를 그려냈고, 그럼에도 네가 생각 없이 보내는 바람 한 번과 흙 한 줌마저 내 안에 깊게 자리 잡았으리라.



꽃들이 만개 한 네 꽃밭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분하고도 행복하구나.

노란 꽃들 사이의 노란 꽃이라니 무던하기 짝이 없다

난 하루하루 너의 변덕을 관심이라 여기고 애증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게 내가 이 꽃밭에서 홀로 붉어지는 방법이리라 굳게 믿으려 한다.

나는 봄이외다.

모든 것을 품는 봄이외다.

하는 너를 등질 수 없음은 네 햇살이 내겐 과분하게 따스했기 때문이고, 그런 너를 가질 수 없음은 네가 햇살을 내게 비추지 않아 난 녹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름이 되면 훌쩍 여름으로 갈 것이니

부디 이번에는 오랫동안 봄이기를 바란다.

-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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