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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 Dec 15. 2024

꽃샘추위

꽃인 척하지 마라.

봄인 척하지 마라.

따스한 척 다가와 추위를 안겨주지 말아라.

나는 네가 내게 살 떨리는 추위를 안겨 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속아 줄 것임을 넌 알고 있지 않은가?

내게 한 번만 진짜 따스함을 줄 수는 없겠는가.

바람으로 내 심장을 움직이고, 찬 공기로 얼려버리는 극악무도함은 겨울에게서 배워 온 것인가.

추울까 눈 이불을 덮어주는 낭만,

무거울까 가끔 녹여주는 온정,

그런 것들은 배우지 못한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 내게 베풀지 않는 것일까?

만약 내가 노란 꽃이어서 라면,

난 차별에 울어야 할까, 차별화에 웃어야 할까.

제발 나를 녹여 없애주어라,

혹은 얼려서 부서뜨려 주어라.

내가 네 정원에 유일한 액체와 기체가 되고 싶다.

바람에 날아갈 만큼 가벼워지고 싶다.

자아 없이, 그저 내 주체는 오직 너라는 생각 하나로 나 따위 내 안중에 두지 않고 살고 싶다.

죽은 것이려나

네 콧김 하나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너는 내 존재조차 알 수 없지만, 나는 오직 너인 삶.

그렇게 있고 싶다.

난 이런 사람이니,

어중간한 추위, 어중간한 온정으로 날 유린하지 마라

-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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