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척하지 마라.
봄인 척하지 마라.
따스한 척 다가와 추위를 안겨주지 말아라.
나는 네가 내게 살 떨리는 추위를 안겨 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속아 줄 것임을 넌 알고 있지 않은가?
내게 한 번만 진짜 따스함을 줄 수는 없겠는가.
바람으로 내 심장을 움직이고, 찬 공기로 얼려버리는 극악무도함은 겨울에게서 배워 온 것인가.
추울까 눈 이불을 덮어주는 낭만,
무거울까 가끔 녹여주는 온정,
그런 것들은 배우지 못한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 내게 베풀지 않는 것일까?
만약 내가 노란 꽃이어서 라면,
난 차별에 울어야 할까, 차별화에 웃어야 할까.
제발 나를 녹여 없애주어라,
혹은 얼려서 부서뜨려 주어라.
내가 네 정원에 유일한 액체와 기체가 되고 싶다.
바람에 날아갈 만큼 가벼워지고 싶다.
자아 없이, 그저 내 주체는 오직 너라는 생각 하나로 나 따위 내 안중에 두지 않고 살고 싶다.
죽은 것이려나
네 콧김 하나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너는 내 존재조차 알 수 없지만, 나는 오직 너인 삶.
그렇게 있고 싶다.
난 이런 사람이니,
어중간한 추위, 어중간한 온정으로 날 유린하지 마라
- 꽃샘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