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프닝 뒤풀이는 늘 밥집에서 이루어진다. 식사와 술이 나오고 작가들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제한된 지금 생각하면 생소하지만 그때는 일상이었다. 어느 날 작가들이 큰 테이블에 모여 거의 20-30명 정도가 넘은 듯하였다. 밥을 먹고 난 후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밥을 다 먹은 여자 작가는 나 뿐이었다. 모두 한 두 수저 뜨고는 먹지 않아 밥이 수북이 밥그릇이 쌓여있는데, 내 밥그릇만 한 톨의 밥알도 남김없이 싹싹 먹은 것이다. 앞에 앉은 작가가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자기와 내가 ‘미술계에서 제일 밥 많이 먹는 작가’ 라고.. 그 말에 서로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녀의 밥그릇을 보니 그녀도 거의 남김없이 먹었다. 주변 작가들 중에 밥을 잘 먹는 여자 작가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랜 동안 친한 작가가 밥을 먹지 않는다. 그녀가 왜 밥을 먹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밥을 전혀 먹지 않는다. 그녀가 밥 외에 특별히 다른 음식은 가리는 것을 본적이 없다. 성격도 소탈하고, 유머러스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한다. 또한 그녀는 사람의 기분도 잘 맞춰주고, 배려심도 깊다. 주위에 친구와 지인들이 많다. 다른 음식들은 잘 먹고, 워낙 건강하여, 특별히 밥을 먹지 않는 것에 대하여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게 한 번도 그녀에게 왜 밥을 먹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워낙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그녀랑 식사와 술을 마실 때 밥을 권하지 않는다. 반면 밥없이 못사는 나는 한끼도 밥을 거른 적이 없다. 그녀와는 정 반대이다. 밥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아무리 다른 음식을 먹더라도 나는 밥을 먹어야 식사가 마무리 된다.
밥은 포도당으로 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 유학할때 한동안 밥을 먹지 않으니, 정신이 불안정한 경험을 했었다. 밥을 먹은 후 안정이 되며 편안해 졌다. 그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갔는데, 밥을 먹지 않을 때마다 그런 증상이 반복되었다.
하루 세끼 제대로 먹고, 잠 제때 자면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생기질 않는다.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 특히 밥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면서 밥이 마치 아주 나쁜 음식처럼 여기저기 보도되어 염려가 된다. 밥이란 역사적으로 제일 중요한 음식이다. 오랜 세월 밥과 반찬이란 음식의 가장 기본으로 구성되어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래 된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유없이 역사와 전통을 거슬려 전해 오진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이 단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이고, 그들의 무조건 맹신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