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어둠.
1부 – 열쇠구멍의 파동
붉은빛 네온 간판이 어둠 속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ZEX.
촌스럽고도 낯선 그 철자.
지워진 듯한 시간 속에서, 오히려 강하게 살아 있는 이름이었다.
도심 외곽,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의 넓은 공터.
그 한복판에, 마치 잘못 배치된 조각처럼
8층짜리 무인 모텔 하나가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창은 모두 닫혀 있었고,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것은 무인텔이라는 말처럼 ‘비어 있는’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가득 품고 숨기고 있는 곳 같았다.
한 남자가 그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든 채, 무표정하게.
하지만 가만히 보면,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안엔 기억과 망설임,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감정의 조각들이 묻혀 있었다
그의 시선 끝에서, 시점은 천천히 건물을 따라 이동한다.
외벽을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오던 시점은
모텔 입구, 한 호실의 문 앞 열쇠구멍에 닿는다.
그 틈으로—무언가가 보였다.
검은 어둠.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작은 장면들.
누군가가 비행기 안 창문을 바라보는 모습,
그는 일본의 어떤 도시로 향하고 있었고,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장면에선 이온 치료 장비 앞에 앉아 있는 자아.
환하게 빛나는 전자판 위, 수치는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또 다른 틈에선, 한 여자가 등을 돌린 채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 구멍은 단순한 틈이 아니었다.
기억의 틈,
감정의 구멍,
그리고···
시간이 교차되는 첫 번째 관측점이었다.
그 순간, 구멍 안 풍경이 일그러진다.
빛이 반사되고, 화면처럼 깜빡인다.
장면은 전환된다.
8년 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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