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닿을 때마다 유리 위엔 작은 결이 생긴다.
사진이야기
창문 너머 비가 내린다.
물방울이 닿을 때마다 유리 위엔 작은 결이 생긴다.
그 결 사이로 스며든 고양이의 시선. 갈색과 흰색이 섞인 털은 어두운 배경과 빗물의 흐림 속에서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마치 기억의 한 조각처럼.
그는 말이 없다. 말을 할 수 없어 조용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란 감정을 이미 언어 밖에서 살아온 존재이기에.
손끝에 닿을 듯 말 듯한 유리창은 따뜻한 실내와 차가운 바깥을 나누고, 그 사이에서 고양이는 서 있다.
그의 발밑엔 비에 젖은 감정의 온도가 스며들고, 등 뒤엔 나무 창틀의 따스함이 있다.
마치 한 사람의 기억처럼. 누구도 완전히 이쪽에도 저쪽에도 있지 못하고, 그저 사이에서 잠시 살아가는 듯이.
왼쪽 눈엔 빗방울의 흔적이, 오른쪽 눈엔 등불처럼 고요한 빛이 머문다.
그렇게 그는 박, 비오는 저녁의 창가에서,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다.
혹은 오래된 기다림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밖은 젖고, 안은 말라 있다. 그러나 그 젖은 풍경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 사진의 질감은 말없이 전해진다. 털 한 올 한 올, 나무 틀의 오랜 닳음, 벽면의 거친 돌결, 그리고 창문에 번진 물방울.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감각으로 녹아든다.
촉감 없는 손끝에 닿는 감정. 오감이 다 멈추는 밤, 그러나 단 하나, 응시하는 감각만이 살아 있다.
그의 이름이 없다 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비 오는 날 문을 닫은 마음, 그리고 닫힌 창 너머의 작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