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달

Side B》

by 마루

《마지막 배달 – Side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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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재희는 다시 그 마을을 지나쳤다. 목적지는 없었다.

배달이 없는 날이었고, 그는 단지 그 길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흰색 컨테이너 하우스는 여전했다.

다만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화단의 금잔화는 시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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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 전에 자신이 두고 간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겉면의 스티커는 이미 바래 있었고, 접착 테이프는 누군가 한 번 열었다가 다시 닫은 흔적이 보였다.

상자를 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예전 그 테이프가 있었다.

새로운 메모도, 편지도 없었다.


재희는 테이프를 재생기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찌익—’

기계음.

이어지는 건 오토바이의 시동 소리.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브레이크 소리.

마지막으로, 초인종을 두드리는 소리.

똑. 똑. 똑.


그 후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재희는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테이프가 끝날 때까지 그는 앉아 있었다.


그 침묵은 일종의 기록이었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기 위해 녹음된 공간.

부재의 증거이자, 감정이 제거된 가장 객관적인 형태의 메시지.


다음 날, 그는 배달 스케줄을 확인하다가 한 주소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주소는 없다.

단지, 수신자란에 적힌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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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님'





작작가의 말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소리를 남긴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는 방식,

그 자체로 관계를 이어가는 메시지를 상상해봤습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어떤 '감정 표현'보다도 '기록'이라는 행위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말 대신 소리,

표현 대신 침묵,

사랑 대신 포스트잇 한 장.

무언가를 '명확히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남기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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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 설명


요소설명복선의 역할테이프수연의 고백과 재희의 무응답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감정의 흐름 대신 소리로 기억이 전달됨엔진 소리 / 초인종 / 침묵재희의 출발 → 망설임 → 닫힌 소통을 상징감정 없이 남긴 흔적이지만, 더 많은 의미가 암시됨초인종 소리고장 났지만 반복적으로 등장‘전하고 싶지만 닿지 않는’ 마음의 상징빈 상자수연이 테이프를 돌려주되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음관계의 종결이 아닌, 독자 해석을 여는 여백‘수연 님’ 이름만 적힌 송장감정 없는 형식이지만, 여전히 그녀가 ‘존재’함을 암시추상적 부재 속 실존적 흔적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소리는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가?


이 소설에서 인물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테이프에 담긴 소리와 침묵, 반복된 배달이 그 자리를 대신하죠.

→ 당신은 말 없는 기록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나요?


침묵은 끝일까요, 시작일까요?


마지막에 재희가 다시 이름을 마주했을 때,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 당신이라면 다시 초인종을 두드릴 수 있었을까요?


기록은 왜 남는가?


누군가는 말하기 위해 테이프를 녹음하고,

누군가는 듣지 않기 위해 테이프를 돌려줍니다.

→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기록을 남기는 걸까요?


결론


《마지막 배달》은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은 여운을 남기려는 실험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소리는 기억이고, 누군가에게 침묵은 메시지입니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어쩌면 독자 여러분의 '플레이 버튼'은 이제 막 눌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소리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소리는 담긴다.

그러나 해석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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