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로움을 껴안고 나무는 선다.
《물속에 잠긴 해질녘의 심장》
붉은 빛이 하늘에서 물로 내려와
한 그루 나무의 뿌리까지 물들였다.
바람 한 점 없고,
물소리도, 새소리도, 사람의 소음도 없다.
이곳에선 빛만이 유일한 감각이다.
빛은 따뜻하다. 그러나 외롭다.
그 외로움을 껴안고 나무는 선다.
잎을 다 털어낸 채, 있는 그대로.
감정 하나 숨기지 않은 채로.
눈이 먼저 젖고,
귀가 그 고요를 삼키고,
피부는 차가운 빛에 서서히 데인다.
이 장면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것이다.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내 마음도 저 나무처럼 고요히 물 위에 비친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진짜 얼굴처럼
천천히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