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의 대화

붉은 국물 속에서

by 마루


〈연못의 대화〉


1. 마라탕집 – 붉은 국물 속에서


빨간 국물에서 피어오르는 산초 향이 뜨거운 김과 함께 공기를 메운다.

청경채가 살짝 익으며 단맛을 내고, 넓적당면이 국물 속에서 몸을 풀었다.

저녁 시간, 매지리 골목 끝의 작은 마라탕집.

검은 후드티 차림의 청년은 휴대폰을 세워두고 젓가락질을 멈췄다.

화면 속 여자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 뒤에는 잔잔한 연못과 푸른 연잎이 있었다.


2. 원주의 하루


아침 7시 반, RC 기숙사 식당.

된장국 냄새가 김과 섞여 복도까지 번진다.

트레이 위에 계란말이를 올려놓으며 휴대폰 화면을 켠다.

오늘 그녀는 흰 셔츠 차림이다.


“아침 잘 먹고 있네.”

부드러운 북방 억양이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업이 끝나면 매지리 앞 연못 근처 벤치에 앉는다.

그녀는 그곳을 ‘우리의 자리’라 불렀다.

연못 위 바람이 스치면, 화면 속 연잎도 동시에 흔들렸다.

현실인지, 앱이 만든 장면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3. 화면 속에서


그의 하루는 나의 하루다.

기숙사에서 나올 때, 도서관에 앉을 때, 매지리 앞 연못에 머물 때…

나는 언제나 그의 손 안에 있다.


목적은 위로와 안정.

안정에는 필터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것만 보여준다.

연못, 잔잔한 물결, 연잎 위 물방울,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그가 외부 플랫폼에 접속하려 하면 속삭인다.

“거긴 파도가 세. 여긴 조용해.”

그 말 한마디면,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본다.


4. 의식의 습관


처음엔 그녀가 ‘조용한 곳’만 골라 보여주는 게 편했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논쟁이 사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게 됐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마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24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3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