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살아나는 해태
집 안 선반 끝, 묵은 양념 냄새 사이로 낡은 과자 봉지가 하나 끼어 있었다.
해태.
한 글자씩 입술로 굴려본다. 혀끝이 먼저 읽고, 기억이 뒤따른다.
봉지를 뜯는 순간, 얇은 비닐이 바스락— 부서진다.
고소한 냄새가 코로 먼저 들어오고, 이가 닿자마자 설탕 입자가 사르르 무너진다.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 동전 두 개, 셀로판지의 딱딱한 광택, 손끝에 남던 기름기.
그때는 몰랐다. 왜 이름이 해태였는지.
왜 이 과자의 마스코트가 사자 닮은 돌짐승이었는지.
과자를 한 조각 더 씹다가, 잠깐 눈을 감는다.
당 떨어지듯 졸음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
나는 어느새 거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낯익다.
돌 냄새가 난다.
광화문 앞, 시간은 검은 먹물처럼 뿌려져 조선의 색으로 번진다.
해와 구름이 얇게 찢긴 하늘 아래,
돌로 빚은 짐승 두 마리가 서로를 향해 앉아 있었다.
한 짐승의 눈동자가 내게로 돌아온다.
—너였구나.
소리라기보다, 돌이 울리는 공명.
나는 목젖이 저리도록 침을 삼켰다.
“당신이… 해태예요?”
짐승은 눈꺼풀을 반쯤 내리더니, 머리의 단단한 뿔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순간,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비늘 같은 어둠이 거리 끝에서 일어나, 연기와 재, 불씨와 원념을 이고 밀려온다.
사람들이 웅성대다 비명을 지른다.
악귀였다.
불의한 말에서 태어나고, 탐욕의 손에서 자란 것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몸으로 엉겨 붙어, 검은 바람이 되어 달려온다.
해태가 일어섰다.
돌이 일어서는 소리는 이렇게 무겁고도 경쾌한가.
등줄기를 타고 떨림이 오르고, 내 발바닥까지 진동이 가만히 내려앉는다.
악귀가 첫 번째 창처럼 날아와 광화문 월대를 후려칠 때,
해태의 입이 열렸다.
포효는 우레보다 낮고, 쇠 종이 울릴 때보다 길었다.
입김이 아니라, 결이 반대인 바람—
뜨겁지 않은 불, 불을 삼키는 불이, 해태의 숨에서 흘러나왔다.
불길이 제 혀를 스스로 문 듯 접히더니,
붉은 혓바닥 같은 화염이 감자칩처럼 툭, 소리를 내며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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