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
원주 중앙시장의 작은 지하 상가, 낡은 긴 의자에 앉아 할머니 손에서 건네받은 팥죽 그릇을 가만히 받아든다.
그 온기가 손끝에서 전해지고,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어릴 적 그랬듯 은근한 팥 향과 쫄깃한 떡의 감촉이 마음을 휘감는다.
먹을 때마다 하얀 그릇 위에 남는 자잘한 흔적들은 마치 오래된 추억을 살살 긁어내는 붓질 같다.
그리고 마지막 한 숟갈을 비우고 나서 그릇을 내려놓으며 할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 눈빛 속엔 한국 사람들에게 팥죽이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오래된 역사와 삶의 일부라는, 악귀를 쫓고 가족의 안녕을 빌던 마음들이 스며 있다.
이렇게 한 그릇 팥죽을 다 비운 뒤 느껴지는 포만감은 단지 배부름이 아니라, 오래된 전통과 정이 함께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