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각진 시간의 재회

각진차

by 마루

​삼척, 각진 시간의 재회

​삼척의 좁은 골목길, 삐걱거리는 낡은 간판들이 해풍에 흔들리는 사이로 짠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그 익숙한 풍경 속, 불현듯 시선을 잡아끄는 낯선 존재가 있었다. 한 대의 각진 볼보. 시간이 새겨진 듯한 철판과 투박하리만치 네모난 헤드라이트가 어딘가 모르게 낯익었다. 그 순간, 공기가 진동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어떤 기억의 회로가 맹렬히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거… 우리 군대 때 그 각그랜저 아닌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낡은 건물들의 그림자를 벗어나 볼보를 향해 다가갈수록, 고풍스러운 디테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저 오래된 차량이 아니었다. 시간의 터널을 지나온, 살아 숨 쉬는 타임머신 같았다. 마침 차 문을 열고 내리던 주인 아저씨를 발견했을 때, 나는 순간 착각했다. 군복을 입고 있던 스무 살의 내가, 바로 저 볼보에서 내리고 있는 듯한 기시감.

​“저기… 혹시 이 차 한번 구경해도 될까요?”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목소리에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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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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