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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das vs Puma〉 에서 본 ‘조용한

아디다스

by 마루

〈Duell der Brüder: Die Geschichte von Adidas und Puma〉(2016)


형제의 그림자에 서 있던 사람들


— 영화 〈Adidas vs Puma〉 에서 본 ‘조용한 조연들의 역사’


서두 — 신발공장 안의 인간극장


우리가 흔히 이 영화를 “형제의 싸움”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선택과 균열에 있다

.https://youtu.be/tyT0VAfOEpQ?si=ug9ORdI0wzTVade0


아디와 루돌프, 두 다슬러 형제가 만든 신발 공장은

한때 ‘독일 장인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늘 조용히 서 있는 인물들,

말 대신 표정으로 시대를 증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회사의 이름에는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 하나, 짧은 대사 한 줄이

훗날 “브랜드라는 종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준다.


1. “카테리나” — 형제의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여인


아디의 아내 카테리나는

영화 속에서 종종 감정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녀는 남편의 완벽주의를 이해하면서도,

루돌프의 인간적인 따뜻함에도 마음을 연다.


그 미묘한 시선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브랜드의 시작이자 한계였음을 보여준다.


카테리나는 말한다.


“당신들의 신발은 점점 가벼워지지만,

당신들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요.”


이 한 줄이 영화 전체의 주제다.

기술의 진보와 감정의 퇴화,

그 모순이 바로 20세기 산업의 초상이다.


2. “공장 노동자들” — 브랜드 뒤의 ‘무명 손’


영화 초반, 낡은 전등 아래서 가죽을 자르고

못을 박는 노동자들의 손이 클로즈업된다.


그들은 시대의 소음 속에서도 묵묵히 신발을 만들었고,

그 손끝에서 *“Made in Germany”*의 신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형제의 싸움이 격화되자

그 손들은 갈라진다.

누군가는 푸마로,

누군가는 아디다스로 옮겨간다.


그 장면은 짧지만,

현대 산업 자본주의가 개인의 생존을

‘로고’ 하나로 갈라놓는 비극을 상징한다.


그들에게 브랜드는 고용이자 생존이었고,

두 형제의 자존심은 그 생존 위에 서 있었다.


3. “은행가와 투자자” — 숫자로 신화를 재단한 사람들


형제가 대립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은행가, 투자자, 회계사들.


그들은 냉정하게 말한다.


“이제 기술이 아니라, 자본이 브랜드를 만듭니다.”


이 대사 하나가 이 영화의 ‘시대 교차점’을 정확히 찍는다.

장인의 손에서 태어난 신발이

이제는 자본의 계산기 안에서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조연들은 비열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현실적이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계를 움직이는 진짜 손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진짜 시작점이기도 하다.


4. “올림픽 선수들” — 브랜드의 실험체가 된 영웅들


아디의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시퀀스다.


그들은 영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브랜드가 세계무대에 오르기 위한 첫 실험체였다.

아디는 그들의 발을 데이터로,

그들의 땀을 ‘기능성’으로 치환했다.


“당신의 신발이 세계기록을 만든다면,

그건 내 기록이기도 하지.”


이 말 속엔 발명가의 열정과 냉정한 계산이 동시에 들어 있다.

결국 선수들은 인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첫 광고판이 되어버렸다.


5. “루돌프의 그림자들” — 패배하지 않은 형


루돌프는 흔히 “질투심에 사로잡힌 형”으로 그려지지만,

이 영화는 그의 내면을 조금 다르게 보여준다.


그는 늘 말한다.


“우리는 신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을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거야.”


그에게 푸마는 복수의 결과물이 아니라

“자유를 입은 신발”이었다.


루돌프는 끝내 아디와 화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철학은 오늘날 푸마의 감각적 자유주의로 이어진다.

그의 실패는 브랜드의 색이 되었고,

그 색은 여전히 젊다.


6. “배경의 독일” — 산업의 폐허 위에서 태어난 로고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독일’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두 형제는 기술과 신념으로 세계를 향해 달렸고,

그들의 갈등은 독일 산업정신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아디다스는 질서, 효율, 완벽.


푸마는 속도, 감성, 자유.


두 로고가 공존하는 순간,

그건 마치 하나의 국가가 두 개의 영혼을 가지는 장면처럼 보인다.


결론 — 신발보다 오래 남는 것


영화의 마지막,

두 형제가 서로를 외면한 채 묘비로 나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 뒤편에서

묵묵히 공장을 돌아보는 노인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관객은 그 표정에서 느낀다.


“이 모든 신발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발자국이었다.”


작가의 말


우리는 지금도 신발을 신고 걸어간다.

그 신발엔 기술, 마케팅, 경쟁이 녹아 있지만

그 안에는 한때 사랑했고, 갈라섰던 인간들의 흔적도 함께 있다.


푸틴, 나이키, 그리고 아디다스의 미래


아디다스, 제국의 유니폼이 되다


아디다스의 세 줄 무늬는

이제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그것은 “통제된 질서”의 미학이다.


푸틴 시대의 러시아에서

이 세 줄은 국가의 몸을 상징했다.

군인, 경찰, 체육 엘리트가 입던 그 옷은

점차 거리의 청년들과 범죄조직, 나아가 서민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아디다스는 이념의 경계를 넘어선 첫 브랜드였다.

반서방 국가의 국민이 가장 사랑한 서방의 로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균형 잡힌 세 줄’은

불안정한 체제 속에서 안정과 질서의 환상을 제공했다.


아디다스의 미래는 여전히 이 균형 위에 있다.

기술과 윤리, 인간과 알고리즘 사이의 완벽한 중립점을 유지하려는 노력.

그게 바로 “형제의 싸움” 이후 남은 유산이다.


푸틴, 신발을 정치화한 인간


푸틴은 아디다스를 입지 않아도

그 철학을 몸으로 체현했다.


규율


통제


강인함


그의 정치언어는 스포츠의 언어였다.

힘과 전략, 그리고 “몸”의 통치.


푸틴은 아디다스가 상징하던

**“질서 있는 승리”**를 자신의 이미지로 흡수했다.


그에게 신발이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발자국이었다.

아디다스가 독일의 산업 정신을 담았다면,

푸틴은 그것을 러시아식 권력 언어로 재해석했다.


“브랜드는 기술로 만들어지지만,

권력은 상징으로 완성된다.”


푸틴은 그 상징을 아주 정교하게 이용했다.


나이키, 신화가 된 인간의 이름


반면, 나이키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나이키의 철학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서사”**다.

‘Just do it’이라는 문장은

과학이 아니라 감정의 명령이다.


아디다스가 기술로 몸을 설계했다면,


나이키는 이야기로 영혼을 점화했다.


1980년대 미국의 자본주의는

“개인의 신화”를 팔았다.

그 결과, 나이키는 신발이 아니라

인간의 꿈 자체를 판매하는 종교가 되었다.


오늘날 나이키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운동 데이터를 측정하고,

AI가 그 사람의 체형에 맞는 신발을 추천한다.






브랜드의 역사는 결국 감정의 역사다.

그리고 감정이 있는 곳에는,

늘 ‘형제’의 그림자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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