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변명하지 않는다

— 독도 '해돋이' 논란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

by 마루

사진은 변명하지 않는다

— 독도 '해돋이' 논란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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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오래 찍다 보면 깨닫는다.

사진은 말이 없다. 설명도, 의도도, 선의도 프레임 안에 담기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남고, 나머지는 잘려 나간다.

그래서 사진은 잔인하다.

독도 해돋이 논란의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설명문보다 눈이 먼저 멈췄다.

빛의 방향, 태양의 위치, 그림자의 길이. 사진가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건 의미의 문제 이전에, 빛의 문제였다.

사진은 시간을 속이지 못한다. 태양은 언제나 같은 곳에서 뜨고, 같은 각도로 진다.

독도를 한 번이라도 찍어본 사람이라면, 해가 어디서 오르는지 몸이 기억한다.

'해돋이냐 아니냐' 논쟁이 시작된 순간, 이미 사진은 패배한 상태였다.

사진은 설명으로 보완되지 않는다.

이미지 앞에서 텍스트는 늘 한 박자 늦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진이 국가기관의 언어로 쓰였다는 점이다.

개인 작업이었다면 "해석의 차이"로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공의 얼굴이 된 순간, 사진은 감상이 아니라 증거가 된다.

"이렇게 보이길 바랐다"는 통하지 않는다.

사진은 **"이렇게 보인다"**로 판단된다.

독도는 상징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상징을 찍는다는 건 대상이 아니라 해석을 찍는 일이다.

붉은 태양, 강한 대비, 극적인 구도—사진적으로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상징의 영역에서 그 매력은 위험이 된다.

한 번 연상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다.

누군가는 "의도가 왜곡됐다"고 하고, 누군가는 "과민 반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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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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