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업질렀다

by 마루

카페에서

촬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카메라는 테이블 옆에 놓여 있고

나는 잠깐 빛을 보고 있었다.

오전과 점심 사이,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컵 가장자리를 한 번 더 감쌀 때.

그때

커피를 업질렀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소리보다

순간 멈춰버린 공기였다.

나는 바닥을 보기보다

사람을 봤다.

알바의 눈빛이 먼저 흔들렸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손이 말보다 빨랐다.

알바가 오기 전에

나는 그 흔적을 찍었다.

닦이면 사라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지워지는 순간

이 장면의 온도까지

같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엎질러진 커피는

실수였지만

그 사이에 오간

미안함과 망설임은

아주 짧게

진짜였다.

“제가 한 잔 더 드릴게요.”

그 범짐을

나는 보았다.

그래서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더 시킬게요.”

엎질러진 자리 위에

커피 한 잔이 다시 놓였다.

상황은 정리됐고

바닥은 깨끗해졌다.

하지만

사진은 이미 찍혔다.

나는 종종

아름다운 장면보다

사라지기 직전의 흔적에

셔터를 누른다.

카페에서의 촬영은

그렇게 시작됐다.

찍지 않아도 되는 것을 찍었고

그래서

오늘의 사진은

조금 더 사람 쪽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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