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모그 속에서, 치악산에 성이 보였다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내가 살고 있는 원주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단계동에서 바라본 치악산.
구름 위로 구조물이 떠 있었다.
성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냥 스쳐 넘길 수도 있었다.
요즘은 별의별 이미지가 다 돈다.
하지만 그 사진은 묘하게 발걸음을 붙잡았다.
내가 매일 보는 방향,
매일 존재를 알고 있던 산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소전탑 신기루라고.
빛의 착시, 기상 조건, 우연한 겹침.
맞는 말일 것이다.
저기에는 마법사도 없고,
성이 실제로 세워져 있지도 않다.
사람이 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날 치악산 위에는
분명 무언가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모그가 옅어진 날이었다.
미세먼지 수치가 낮아졌고,
공기는 오랜만에 멀리까지 허락했다.
그 순간,
늘 거기 있던 송전탑과 구조물들이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공기였다.
그리고 공기가 바뀌자
풍경은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신기루란
없는 것이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것이
잠시 보이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날 보인 성은
환상이 아니었다.
다만
우리 시야의 상태가 만든 형체였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에 사는 건
마법사도, 전설도 아니라
어쩌면
스모그의 망령일지도 모른다고.
늘 곁에 있지만
공기가 나쁠 때는 모습을 감추고,
공기가 맑아질 때만
잠깐 형체를 갖는 존재.
우리는 그동안
산을 보지 못한 게 아니라,
산을 볼 수 없는 공기 속에서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성이 나타난 게 아니라
우리가 잠시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하늘을 볼 때
나는 먼저 숨을 한 번 쉰다.
오늘은,
무엇이 보일 수 있는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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