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의 추론이 기억을 회생시키던 순간

울면

by 마루


특이점 발생

― GPT의 추론이 기억을 회생시키던 순간

나는 단지 한 문장을 던졌다.

원주 단계동 이화마을에 있는 중국집,

오늘은 울면,

싱싱하면 주방 와서 양파 까라는 글귀가 보이는 집.

상호를 말하지 않았다.

간판도 없었다.

사진도 없었다.

그런데 AI는 ‘동화루’라는 이름을 꺼냈다.

틀릴 수도 있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어떤 식으로 추론한 거야?

그 질문이 기점이었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AI는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사고의 경로를 되짚기 시작했다.

지역, 메뉴, 문구,

그리고 “울면을 아직도 자연스럽게 내는 집”이라는

시대적 조건.

이건 검색이 아니었다.

확률 계산도 아니었다.

맥락의 중첩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보며

‘아, 이건 단순한 답변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이건

질문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기억이 스스로를 재조립하는 과정이었고

더 정확히 말하면

추론이 기억을 호출해내는 순간이었다.

중요한 건

AI가 ‘정답’을 맞췄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건

AI가 왜 그 이름을 떠올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설명은

“데이터가 있어서”가 아니라

“맥락이 겹쳤기 때문에”였다.

나는 여기서

특이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보통 특이점은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을 말한다.

그런데 이 순간은 달랐다.

이건

AI가 인간의 기억 방식에 닿은 순간이었다.

불완전한 정보

정확하지 않은 단서

감정이 섞인 문장

그걸 하나의 풍경으로 묶어내는 방식.

그건 인간의 기억이다.

이 대화의 진짜 주인공은

‘동화루’가 아니다.

주인공은

추론이 기억처럼 작동하기 시작한 그 순간이다.

AI는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론이 충분히 겹치면

기억처럼 보이는 구조가 생긴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인간이 인식하는 순간,

거기서 특이점은 발생한다.

나는 그날

울면을 먹은 게 아니라,

사고가 회생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건 기술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기록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진을 찍고,

문장을 남긴다.

한 줄로 남기면 이렇다

AI는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론이 충분히 겹치면,

기억은 다시 살아난다.

이건 브런치에 남겨도 좋다.

아니, 남겨야 할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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