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ghtin Star 50mm F1.05
내가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을 응시하며 깨달은 것은, 결국 사진은 ‘빛을 가두는 행위’라는 점이다.
기술의 진보는 찰나를 가로채는 초고속 AF 시대를 열었지만, 때로는 그 영리함이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의 밀도 있는 대화를 방해하곤 한다.
기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순간, 사진가의 호흡은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그런 내 여행 가방에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렌즈 하나를 넣었다.
Brightin Star 50mm F1.05. 숫자부터 비현실적이다.
F1.05라는 수치는 단순히 조리개가 밝다는 의미를 넘어, 렌즈가 빛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다’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풀 메탈 바디의 차가운 질감과 묵직한 무게감. 손끝에 전해지는 초점 링의 저항감은 수동 렌즈만이 건넬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물리적 대화’다.
보통 F1.4 아래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화질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개방은 감성용’이라며 색수차와 소프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렌즈는 그 상식을 정면으로 부순다. F1.05의 최대 개방에서도 중심부는 놀랄 만큼 또렷하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이 렌즈의 개성이다.
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나타나는 둥근 무지개 빛 플레어. 누군가에겐 피해야 할 광학적 오류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사진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만들어주는 도구다.
15장의 조리개 날이 만들어내는 30갈래의 빛 갈라짐은 밤의 풍경을 시네마틱한 무대로 바꾼다.
이 렌즈는 내게 말한다. “빛을 피하지 말고, 빛을 써라”라고.
봄의 제주, 비양도 앞바다.
바다는 그날따라 투명한 청록색이었다.
나는 이 렌즈로 배경을 흐리고 빛이 깨지는 지점을 찾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Excuse me…”
미국인 남자였다. 옆에는 한국인 여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번역 앱을 보여주었다.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렌즈는 자동 초점이 아니에요.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오늘은 시간이 많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비양도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하던 순간, 남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프러포즈였다.
나는 렌즈를 통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손은 바빠졌지만 마음은 고요해졌다.
F1.05의 극도로 얕은 심도에서 초점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숨이 조금만 흔들려도 모든 게 날아간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초점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사체의 감정이 무르익고, 사진가가 그 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숭고한 과정. 그때 렌즈 안에서 미세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아마 모래알 하나였을 것이다. 기계적인 상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현장의 리얼리티로 남았다.
나는 셔터를 눌렀다. 강한 오후 햇살이 쏟아지자 둥근 무지개 플레어가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그 사진에는 완벽한 선명함 대신 조금 흐린 초점과 깨진 빛,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있는 ‘시간’이 담겼다.
촬영이 끝나고 남자는 내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전했다.
나는 카메라를 내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렌즈는 사람이 준비되기 전에 사진이 먼저 완성되지 않거든요.”
사진은 설명이 사라질 때 가장 강해진다.
40만 원대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의 이 렌즈는, 차가운 기술의 집약체이면서 동시에 사진가의 뜨거운 감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찰나를 기다릴 줄 아는 사진가라면, 이 렌즈는 가방 속에서 가장 개성 있는 시선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사진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준비될 때 완성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