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양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듯 흘러가던 날, 나는 수산에서 단양으로 달리는 트럭 뒤 콩 가마니 사이에 웅크려 있었다.
황토 흙먼지 냄새는 묘하게 싫지 않았지만, 덜컹대는 진동이 불안을 흔들어 깨웠다.
왜 나는 뒤에 타 있었을까. 조수석엔 자리도 있었는데. 묻는 마음만 남고 트럭은 더 멀리 달렸다.
비포장 신작로에서 자갈이 튀며 “타닥, 타닥” 소리를 냈다.
그 리듬을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겁이 풀렸다.
달빛에 반사된 강물은 산허리를 감아 도는 용의 꼬리 같았고, 멀리 점점이 박힌 민가의 불빛은 용의 눈처럼 반짝였다.
트럭이 조금만 더 세게 달리면 하늘로 뜰 것만 같은, 쓸데없이 환한 상상이 콩 가마니 틈새로 흘러들었다.
트럭이 속도를 줄이고 멈췄다.
가로등 아래 아버지와 할머니의 실루엣이 보였다.
“꼬치끔이 형편없어유…”
투박한 사투리가 밤 계곡에 울렸다.
나는 다시 콩 가마니 속으로 몸을 던졌다.
덜컹거림이 어느새 자장가가 됐다.
단양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여섯 가구가 함께 쓰는 넓은 마당, 녹슨 무쇠 펌프, 밤이 되면 각 방문마다 켜지는 불빛과 무성영화 같은 그림자들. 나는 불편함을 잘 몰랐다.
더 편한 곳을 아직 몰랐으니까. 대신 길과 강과 산이 내 놀이터였다.
둑방을 따라 걷고, 고무신을 벗어 들고 달리며, 세상을 ‘이름’보다 ‘장면’으로 배웠다.
어쩌면 내 기억 속 단양은 별빛보다도 그 자갈 소리로 남아 있다. “타닥, 타닥.”
그 소리는 내가 흔들리며 자라던 시절의 박자였고, 지금도 가끔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나를 다시 눕혀 주는 오래된 리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