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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Aug 30. 2022

구미호와 나무꾼, 그리고 짧은 퍼팅

Never up never in


골프 격언 중에 'Never up never in'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공이 홀에 미치지 못하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수 공식보다 간단하지만, 주말 골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로 선수들조차도 퍼팅을 짧게 해서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만약 마지막 홀에서 한 번의 퍼팅에 우승이 걸린 상황이라면 우승의 절대 조건은 반드시 홀컵을 지나칠 정도로 퍼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확률을 기준으로 2개의 구간으로 나눠보면 성공에 필요한 조건이 미달될 경우는 성공 확률이 '0%'의 구간이지만, 조건이 충족되면 성공 확률이 얼마든 간에 최소한 '0%' 보다는 높아지는 구간이 된다. '0%' 구간 내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영원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0%'의 구간을 벗어난다고 해서 성공이 100%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희망은 가져볼 수 있다.


흔한 예로,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권을 구입해야 한다. 복권을 구입하기 전까지는 당첨 확률이 '0'이지만, 복권을 구입한 이후부터는 800만 분의 1의 확률이라도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전에 복권 구입에 아무리 많은 투자와 경험이 있어도 '복권 구입'이라는 절대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지 못해 영원히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미호와 나무꾼의 공통점은 잠깐의 방심으로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을 한꺼번에 모두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미호의 남편은 99일을 참고 있다가 단 하루를 남겨두고 비밀을 발설하여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한 구미호의 천년 공덕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100일 중에 하루 부족한 것이니 99점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본전도 못 건지는 대실패에 해당된다. 나무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가 둘이나 생겼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날개옷을 선녀에게 건네주는 바람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둘을 천상으로 보내면서 잠깐의 행복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흔히 성공과 실패의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논점이 흐려지기 쉽다. 이 글의 논점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의미와 개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성공)을 얻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턱, 즉 절대적 기준(요건)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문턱은 이쪽과 저쪽이 영역을 가르는 경계점이다. 문턱을 넘어서게 되면 비로소 성공 가능성이 생기는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고,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성공 가능성이 제로인 영역에 머물게 된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하더라도 그 문턱을 넘어가지 못하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절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보와 노력(투자) 때문에, 때로는 무지와 착각이 원인일 수도 있다. 

물론, 외부의 조건들(불합리, 모순, 편견, 불공정 등)이 문턱 바로 앞에서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 방법을 찾아서 문턱을 넘어야 하고 성공 확률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영역 안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때로는 행운에 전적으로 맡겨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턱을 넘어 성공의 영역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마치 성공이 보장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바로 나무꾼의 사례다. 이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이제 막 출발선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을 얻은 후에도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일부분만을 얻고도 마치 다 얻은 것처럼 자만하거나, 원하는 만큼 충분히 얻고도 더 얻으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지 못하는 일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면 우리는 늘 부담과 욕심이 교차한다. 결과에만 집착하고 문턱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문턱의 실체를 파악하고 문턱을 넘는 방법을 마스터해야 한다. 어쩌면 한 시간 당겨진 아침 기상 시간일 수도 있고, 퇴근 후 학원의 출입문을 수도 있다.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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