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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Nov 25. 2022

칭찬의 품격, 받는 사람이 결정한다

초보 수행자의 작은 깨달음


제목만으로도 마치 한 권을 통째로 다 읽은듯한 느낌을 주는 유명한 책 덕분에 오랫동안 전 국민 칭찬 계몽 운동이 전개되었다.


유독 칭찬에 인색했던 우리 사회에 따뜻한 언어들로 입혀진 칭찬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공부 안 하는 아이도 칭찬받을 기회가 생겼고, 작은 칭찬 하나로 오랜 갈등을 해소한 중년 부부, 꼰대 상사들의 어설픈 칭찬도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아직은 칭찬이 다소 어색하고 서툴긴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의 풍경이 바뀌었고 언어의 품격도 많이 높아졌다. 물론,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로 가면서도 매일 뉴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화자 중심의 칭찬, 즉 어떻게 하면 상대를 춤추게 할 것인가에 대해 주로 얘기를 하다 보니, 칭찬을 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먹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듯이, 칭찬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지면서 그 의미와 가치가 약해진 면도 있다. 칭찬의 횟수와 스킬은 향상되었지만, 약발이 처음보다는 많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칭찬하는 사람의 스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람마다 칭찬하는 스타일과 표현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칭찬의 선한 의도 자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칭찬의 진정성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칭찬을 받는 사람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칭찬 인플레 현상이 칭찬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바람에 칭찬의 가치와 소중함이 많이 퇴색되었다.


칭찬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진정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 칭찬에 도취되어 겸손을 잃어버린 사람, 받기만 하고 돌려주는데 인색한 사람 등이 대표적 유형들이다. 이들은 칭찬의 크기와 색깔을 마음대로 정하고 분류하여 등급을 매긴다.

상대의 칭찬이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성의 없는 칭찬, 형식적인 칭찬, 입에 발린 칭찬'으로 분류하여 폐기함집어넣어 버린다.


칭찬하는 사람의 의도와 진의를 무시한 체 기분에 따라 비틀고 왜곡한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칭찬은 그 성의와 미덕을 인정받기 어렵다. 힘들게 만들어 놓은 칭찬 문화가 자칫 피로감 증가로 후퇴해버릴 수도 있다. 칭찬의 진정성에 집중하고 그 소중한 가치를 인정하려는 마음의 자세가 절실하다. 폐기함에 버려져야 할 은 놀림이나 비난, 아부 등으로 포장한 가짜 칭찬들 뿐이다.



찬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의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 노출을 꺼리는 편이다. 소통 능력보다는 눈치력(센스)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말로 하는 모든 종류의 말들은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B급 칭찬 정도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칭찬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말이 간단하고 투박하다고 해서 칭찬의 의도와 의미마저 작은 것은 아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무표정과 침묵 속에서 많은 칭찬의 메시지를 감지할 수 있다.


달콤하게 귀에 스며드는 감미로운 언어들만이 칭찬은 아니다. 듣자마자 엔도르핀이 솟구치고 덩실덩실 춤추게 만드는 감각적인 멘트만이 칭찬이 아니다.

 외에도 눈빛과 표정, 희미한 미소, 암묵적 동의, 가벼운 추임새, 경쾌한 몸동작 등에 마음열고 촉각을 세우면 열정적으로 칭찬을 하고 있는 상대가 보인다.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칭찬에만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렇게 은근하면서도 묵직한 칭찬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협의적 칭찬 개념으로만 보면 이 숨겨진 칭찬들이 보이지 않는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상대를 폭넓게 이해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면 진정성이 담긴 칭찬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편견과 선입견을 거둬내면 이들의 작은 움직임과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인정, 신뢰, 공감, 용서, 화해 등 이들이 하고 싶은 다양한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이 무리 속으로 들어가면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칭찬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반대편에는 칭찬 결핍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증세의 정도는 다르지만 평소 칭찬 들을 기회가 거의 거나, 원하는 칭찬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소외감, 자기 비하, 자존감 상실, 불안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칭찬을 많이 받는 사람들을 괜히 미워하고, 심지어 그들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어쩌다가 칭찬을 받더라도 상대의 호의를 의심한다. "지금 한 말, 날 욕하는 거지?", 삐뚤어진 마음은 격려와 덕담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칭찬할 미덕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칭찬을 기대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정말로 칭찬을 받을만한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설사 칭찬을 받을만하더라도 공덕을 상대에게 돌리는 겸양을 보인다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주위로부터 더 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칭찬은 공평한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타인의 칭찬이 중요한 에너지가 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남들의 칭찬과 비난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는 것은 괴로움만 만들 뿐이다. 나에 대한 칭찬과 인정은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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