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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Nov 26. 2022

가장 친밀한 온도.. 65도

초보 수행자의 작은 깨달음


마시기에  가장  적당한 커피의  온도는  65도란다.

그 이상의 온도는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무려 8배.

홀짝 거리며  이 온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암이  무서워  65도에 맞춰  원샷으로  마셔야겠다.


내 친구 중에 이 미지근한 커피를 닮은 놈이 있다.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 있다.

알고 지낸지는 30년이 되었고, 그런대로 친하다.


취향은  정반대지만  단    번도  다툰  적이  다.

이 놈은 공대생 출신에 전형적인 이과형 인간이다.

나의  따분한 로마  역사  얘기를  인내하며 듣는다.

그러다가, 고대 로마 건축  공법에 대해  들려준다.

어려운 용어까지 섞어가면서..그런데도 재미있다.


멀지  않은 곳에 살지만  술자리가 잦은  편은 아니다.

알코올이 댕기는 날이면 연락한다. 혼술보다 낫기에.

핑계로  거절당해도  섭섭하지  않다.  나도 그러니까.


정치, 종교, 직장, 가족 등에  대해  얘기할 때도 있다.

적당하게 수위 조절을 하고,  화제 전환에  능숙하다.

조금 무겁거나 어두운 듯한 얘기는 담담하게 듣는다.

그놈의 무심한 반응에 고민이 사라진다. 이상하게도.


가벼운 고민은 얘기해도 심각한 일은 입을 닫는다.

아픔은 나눠도 반으로 줄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아픔이 목구멍으로 올라 씹어서 꿀꺽 삼킨다.


우리는 각자의  과거 아픈  일들에  대해 잘 모른다.

서로 우울이나 불안에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로 데이지 않도록, 얼지 않도록 65도를 유지한다.

다양한 온도의 친구들 중에서  이놈이 가장  친하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친밀한 거리일지도 모른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65도가 마시기에 가장 적당한 온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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