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은 모름지기 2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작심삼일, 아직 기회가 있다

by 시원


매년 새해 1월은 밀당의 계절이다. 새롭게 수립한 새해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몸과 의지는 서로 눈치를 살피며 기싸움을 한다. 한 해의 성공 여부는 1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새해 계획은 해마다 작심삼일로 끝나면서 몸과 의지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새해 계획이 1월을 못 넘기고 흐지부지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


1월 달력에는 각종 모임 약속들을 표기한 글자들이 깨알처럼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줄어든 모임은 작년 말부터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을의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자리들이다.


지난해 말 미처 송년 모임을 하지 못한 지인들과는 신년회 자리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팀으로 인사이동한 직원 송별식, 신입 직원 환영식, 새로 부임한 상사와의 대면식, 승진자 축하와 누락자 위로 등. 1월은 날이 빨리 어두워져 술 마시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퇴근 후 일정이 많은 1월에는 새로운 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꾸준하게 하고 있는 일들조차도 제대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설날까지 끼어 있으면 일찌감치 마음을 비워야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출 수 다.



해마다 반복되는 작심삼일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해 올 해는 큰 마음먹고 1월에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내 몸과 의지가 새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지 아니면 평소 하던 대로 살아도 문제가 없는지는 한 달 정도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모임과 새해 업무 등으로 1월을 정신없이 보내면서 지난해의 관성이 그대로 이어진다. 해가 바뀌어 한 살 더 먹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채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2월 들어 지난 달력을 한 장 떼어내면서 비로소 나이를 하나 더 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러한 자각은 올 해는 뭔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되돌아보니 올 해는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아직 11개월이나 남아 있지 않는가!


2월에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날씨로 인한 위기의식이다. 2월 들어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간다. 조만간 봄이 오면 겨우내 아랫배를 가려주던 카디건은 벗어야 한다. 영상의 기온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지난주부터 퇴근 후 격일로 수영장과 헬스장을 번갈아 가면서 다니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 차 안에서는 노래 대신에 영어회화를 듣고, 그동안 게을리했던 새벽 수행을 재개했다. 올 해는 독서와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려고 한다.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2월에 시작한 새해 계획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



새해 첫 달, 1월부터 새해 계획을 세워 바로 실천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일 지도 모른다. 자칫 추진 동력이 조기에 소진되면 자신에 대한 실망만 커질 뿐이다. 한 달 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세상을 관조하고,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몸과 의지가 새로운 계획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이 선다. 어쩌면 새로운 계획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주말 골퍼가 첫 홀에서 버디를 잡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몸에 힘이 들어가 나머지 홀들을 망치게 된다. 첫 홀은 동반자 모두 올 파로 출발하는 여유를 부려보자. 본격적인 라운딩은 두 번째 홀부터라는 것은 주말 골퍼들에게 중요한 격언이다.


2월은 새해 계획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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