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은 글쓰기에서 나타나는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비단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습관 때문에 사람들과의 소중한 대화를망치고 힘들게 쌓은 자신의 이미지 실추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같은 말을 두 번 하면 강조가 되지만,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세 번 이상 반복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된다. 부탁도 한두 번이면 족하다. 세 번 이상이면 구질구질한 애원이 된다. 한 번의 질문에 같은 답변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진의에 의심을 받게 된다. 변명이나 핑계처럼 들리기 쉽다.
잔소리는 부모 자식 간 거리를 만들고 자녀의 성격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배우자의 잔소리는 다툼을 넘어 심하면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한다. 상사의 무한반복 지적은 직장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회식자리에서 술 취한 '라떼 상사'의 과거 영웅담이나 지겨운 잔소리는 인내의 한계를 확인케 한다.
사람들은 상대가 듣기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번 말해서는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리액션이 약하거나 표정에 변화가 없으면 마음이 조급해져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려고 한다.
자신의 말에 상대가 바로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말이 많아지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상대로부터 그 자리에서 'YES'라는 답변을 얻지 못하면 'NO'라고 간주해 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상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태도가 중립적이라도 일단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글을 쓰면서 같은 표현을 반복하는 것도 자신과 독자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점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편집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비슷한 문장과 단락을 보태고 반복한다.
독자들을 믿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나치게 숨겨놓아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결국 글 뒷부분에 부연 설명을 장황하게 풀어서 한번 더 추가한다.
같은 말과 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상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전에 사람들이 내 말과 글에 호응해 줄 거라는 기대와 욕심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공감을 해 주지 않는 말과 글을 다시 반복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설사 좋은 말과 글이라 하더라도 반복이 되면 상대는 조금 전까지의 흥미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만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지나치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특징이 있다. 나이와 직급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의 경험과 성과 때문이다.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고, 더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되면 상대를 가르치고 싶어 진다.
남에게 좋은 말을 해줘야겠다는 선한 의도와 지나친 자신감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든다. 잔소리에는 위계질서의 압박과 강요가 담겨 있어 웬만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문제는 나의 경험과 성과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 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과 처한 조건이 다르고, 가치와 신념 또한 같을 수가 없다. 상대를 가르치려고하는 순간 말이 많아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자신의 말에 도취되면 얼마나 많은 말을 반복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남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말 수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 위에 열거한 모든 이유들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원숙해지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방식에 확신이 생긴다.
그렇더라도 묻기 전에는 먼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궁금해하면 몇 번 사양하다가 마지못한 듯 한번 얘기해 주면 된다. 상대는 어렵게 듣는 그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경청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연속되면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예쁘게 단장한 글과 유창한 말이라도 세 번째부터는 진부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마치 유행이 한참 지난 옷을 입은 것처럼 올드해 보인다.
한편, 같은 말을 반복하면 방금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잔소리와 클리셰는 노화를 앞당기는 촉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