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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 Mar 21. 2023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
조용필의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의 한 절이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이 가사를 한 번씩 되뇐다.  세상 사람들 모두 '그렇게' 살다가 결국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고.


돈이 많은 사람이나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나,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스타나 괴로워 죽겠다는 사람이나, 결국 '그렇게들 살다가' 인생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슬픔, 분노, 미움, 원망, 좌절, 후회, 불안.. 온갖 부정적 감정들도 언젠가는 그렇게 땅속에 묻힌다.

부와 명예, 사랑, 승리와 영광, 권력.. 행복한 순간들도 그렇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나를 괴롭히던 동네 깡패 놈들도, 출세를 위해 동료들을 못살게 굴던 악질 상사도, 그렇게들 살다가 결국 먼지가 된다.


수 십 년간 양화대교를 왕복하던 택시 드라이버도,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던 연인도, 국회 앞에서 가족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외침도, 조금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는 몸부림도, 결국에는 그렇게들 살다가는 인생들이다.


'그렇게'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분 없이 그냥 공평한 듯 퉁쳐버린다. 기쁨 슬픔을 한꺼번에 쓸고 간 자리에는 그렇게 살다 간 사람들의 흔적만 남아 있다.


어리석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면서도,

세상이 나를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아도,

나는 그저 남들처럼 그렇고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는 심오하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러하니 이제는 화해하라고 한다. 제발 비교 분별심에서 벗어나 주어진 밥그릇에 만족하며 살라고 한다.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

이 짧은 한 마디가 오늘도 나를 담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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